G2에 올랐지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성장률 하락
‘홍콩 문제’ 해결 못하면 중국 경제 추락 불가피

중국에서 10월 1일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일이다. 올해는 건국 70주년으로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사상 최대의 열병식과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퍼레이드의 주제는 ‘건국창업(1949~1978년), 개혁·개방(1978~2012년), 위대부흥(2012~2019년)’으로 건국 이후 중국이 걸어 온 길과 미래를 향한 중국인의 희망을 담고 있다.

특히 이번 열병식에서는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東風)-41’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사거리가 1만2000㎞ 이상인 둥펑-41은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까지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미국과의 갈등에서 경제력은 물론이고 군사적으로도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중국의 자신감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 70년간 경이로운 경제 발전을 이루어 냈다. 중국 정부가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지난 9월 발표한 ‘신시대 중국과 세계(新時代的中國与世界)’ 백서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매년 평균 8.1% 성장해 1952년 679억1000만위안에 머물렀던 국내총생산(GDP)이 2018년에는 90조위안을 돌파했다. 경제 규모면에서도 2007년 독일, 2010년에는 일본을 추월해 현재 미국과 더불어 G2 국가로 부상했다.

이밖에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3조달러를 돌파하며 13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8월 일본에 추월당하기 전까지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이기도 했다. 또한 세계 최대의 무역대국이며 무역 흑자 세계 1위라는 사실은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건국일 행사의 이면에는 숨겨진 중국 경제의 어두운 면이 숨겨져 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파로 인해 중국의 성장 동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8로 집계돼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늠하는 50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의 제조업 PMI가 지난 5월 이후 5개월 연속 위축 국면에 머무르고 있다.

문제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책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성장률이 28년 만에 가장 낮은 6.6%로 떨어지자 중국 정부는 올 들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조세 감면 등 경기를 부양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올해 2분기 성장률이 6.2%로 지난해보다 더 떨어져 경기 침체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올해와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6.1%, 5.7%로 낮춰 잡고 있다. 외부 충격에 의해 그동안 내재되어있던 중국 경제의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표출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더해 갈수록 악화되는 홍콩 문제가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홍콩을 ‘하나의 중국’이라는 큰 틀에서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시진핑 주석도 신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홍콩과 마카오의 장기적인 번영과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평화통일과 일국양제(一國兩制) 방침을 견지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의 내정 간섭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움직임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중국 밖에서는 중국 정부의 홍콩 문제 처리 방향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1989년 천안문 사태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 홍콩에서 발생한다면 중국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신뢰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떨어질 것이다. 결국 외국 자본과 제조업의 탈(脫)중국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돼, 미·중 무역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경제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10월 1일 오전 베이징에서 거행된 화려한 열병식은 그날 오후 홍콩에서 시위하는 고등학생을 향해 경찰이 발포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국제 사회에서 관심이 묻혀버렸다. 이것은 현재 시험대에 오른 중국 경제를 위해 중국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하겠다. 그동안 중국이 이룩한 고도의 경제 성장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당면한 내부 모순과 외부의 거센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중국이 그렇게 강조하고 있는 중국몽(中國夢)은 일장춘몽(一場春夢)에 그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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