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재개발, 재건축사업을 추진할 경우 조합과 조합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사업지연'이다. 사업이 지연될 경우 조합 사업을 위해 차입한 금융비의 이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급증하고, 수익이 감소하게 된다. 하지만 재개발, 재건축사업은 조합원 다수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의견조율이 쉽지 않고, 사업추진 중 정부 정책이 바뀌는 등 다양한 변수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충북 청주시 최대 재개발 사업지로 꼽히는 사모2구역의 경우에도 지난 2006년 6월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이후 무려 12년이 흐른 지난해서야 시공사를 선정했다.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 설립, 사업시행 인가, 시공사 선정, 관리처분 인가, 이주 및 철거, 착공 등으로 이어지는 재개발사업 진행 단계 중에서도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한 만큼 향후 사업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공사를 선정했다고 안심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조합(조합원)과 시공사가 갈등을 빚으며 또 다시 사업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의 경우 지난 2017년 10월 L사를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일부 조합원들이 L사의 시공사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며 조합을 상대로 소송(총회결의 무효 확인의 소)을 제기하며 사업이 지연됐다. L사가 수주전 당시 조합원들에게 제안한 특화설계 무상 제공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고, 이주비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100%에서 60%로 낮추며 이주시기를 지연시켰다는 게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법원이 L사의 손을 들어주며 소송은 일단락되었지만 조합과 시공사간 불신의 벽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울산 최대 재개발 사업지로 꼽히는 중구 B-05구역이 돌연 시공사 교체를 감행하며 사업지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울산시 중구 복산동 460-72번지 일대 20만4123㎡를 재개발하는 울산 중구 B-05구역은 지난 2014년 9월 효성중공업ㆍ진흥기업ㆍ동부토건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2016년 1월 사업시행인가, 2017년 관리처분인가를 득하고, 이주개시 및 조합원 분양까지 마무리한 조합은 올해 10월 일반분양에 나설 예정이었다.

▲ 울산 중구 B-05구역 주택재개발사업 현장 모습

순항을 이어가던 재개발사업은 지난 7월 동부토건이 회사 여건상 공동도급지분 40%를 효성에 양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혼란에 빠졌다. 기존 시공사 측은 동부토건의 지분 양도가 공사 자체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었다며 지분 양도를 철회했지만 조합은 시공사 계약해지 및 시공사 재선정을 결정, 지난달 24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문제는 시공사 재선정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어 사업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조합은 지난 2일 시공사 재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취소됐다. 지난달 19일 현장설명회에 이어 벌써 두 번째 무산이다. 기존 시공사는 시공사 선정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시공사 지위 확인 청구 소송에 돌입한 가운데 소송비용과 사업지연에 따른 추가 분담금 폭탄이 예상되고 있다.

조합원들도 술렁이고 있다. 시공사 재선정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만큼 지난 5년 간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해온 기존 시공사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조합원은 “서둘러 시공사를 교체하고 올해 안에 일반분양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었는데 입찰공고와 현장설명회도 잇따라 무산되고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을 허비했다”며 “일각에서는 최근 다수 재개발 현장에서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는 L사가 지키기 못할 달콤한 제안으로 조합을 현혹시킨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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