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국민 고통 가중…여야 책임감 갖고 경제 살려야

지난 3개월의 ‘조국내전’이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미 중 무역전쟁과 일본 경제침략으로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온 나라가 두 편으로 갈려 국력을 낭비했으니 따져보나 마나다. 블룸버그가 최근 집계한 국내외 41개 기관의 올해 한국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이 10월 기준 1.9%로 떨어졌다고 한다. 심각한 위기국면이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산업도 여전히 허덕이고 있다. 코스닥 상장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원환 케이프인베스트먼트 전무는 “코스닥 기업 80%가 현재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의 혈관에 해당하는 금융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우선 그동안 고수익을 냈던 사모펀드 시장이 위기다.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 한국형 헤지펀드 1위 운용사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조국 법무부 장관의 ‘가족펀드’ 의혹사건 등으로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롤러코스터를 타던 원·달러 환율이 미 중 무역전쟁의 소강상태로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금리도 낮아질 전망이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1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11월에도 기준금리가 인하되고, 앞으로 계속 인하되다보면 마이너스 금리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다.

마이너스 금리는 돈에 대한 기회비용을 완전히 부정한다. 그래서 경제의 근본 전제를 무너뜨려 대혼란을 초래한다. 은행과 보험회사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연기금도 위기를 맞는다. 결과는 참담하다.

설상가상 ‘조국내전’으로 우리 경제는 드러나지 않게 심각한 ‘내상(內傷)’을 입었다. 금융전문가인 이 전무는 “조 장관 가족의혹에 대한 검찰의 과잉 장기수사와 무책임한 언론보도로 경제가 타격을 입어 GDP(국내총생산)의 12%가 사실상 날라갔다”고 개탄했다. 그는 특히 “KBS가 지난 9월 10일 김경록(38) 한국투자증권 차장 인터뷰 내용을 제대로 보도했다면 지금처럼 사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KBS가 당시 1시간 분량의 인터뷰를 5분 정도 보도했기 때문에 조 장관 가족펀드 의혹이 커졌고 사태가 악화됐다는 지적이다.

국내 사모펀드 제도는 1998년 처음 도입됐다. 2015년 최소 투자금액이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아지면서 일반 개인투자자도 투자에 참여하게 됐다. 이에 따라 매년 15% 가량 운용규모가 늘어났다. 사모펀드 설정액이 매달 평균 8조원 이상 불어났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DLF사태와 검찰수사 등으로 지난 9월에는 3조5000억원 정도만 불어났다고 한다. 반 토막이 난 셈이다. 따라서 갈수록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7일 기준 사모펀드 설정액은 395조5000억원. 하지만 DLF사태가 조기에 수습되지 않고 검찰수사가 조기에 종결되지 않는다면 설정액은 더욱 줄어들고,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게다가 민생마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가령, 필자가 살고 있는 서울 강북의 오래된 전통시장에는 고객들이 거의 없다. 문을 닫은 가게들도 적지 않다. 5000원짜리 순대국을 파는 음식집만 손님들이 있을 뿐이다. 자영업자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참패가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개최된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 참석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디스플레이, 제조 강국’이란 슬로건을 거론하며 “세계 1위의 OLED 경쟁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구도 흔들 수 없는 디스플레이 강국’이란 슬로건 나쁘지 않다. 그러나 민생, 밑바닥 경제현실과는 뭔가 거리감이 느껴진다. 대기업을 통해 경제 활력을 찾겠다는 것은 소상공인들의 화만 돋울 뿐이다.

“治大國 若烹小鮮(치대국 약팽소선, 도덕경 60장)”이란 말이 있다. “큰 나라를 다스릴 때는 작은 생선을 굽듯이 한다”는 뜻이다. 생선을 한 쪽으로만 오래 구우면 시커멓게 타서 먹을 수 없다. 적당한 때에 뒤집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고 있는 지금이 바로 ‘개벽(開闢)’에 가까운 대전환의 시점이다. 생선을 뒤집을 때인 것이다. 모든 제도, 모든 정책, 모든 리더십을 뒤집어야 한다.

첫째, 기존 경제정책을 뒤집어야 한다.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려는 확장 재정정책은 추진해선 안 된다. 기업들이 돈을 벌지 못하는데 어떻게 세금을 낼 수 있겠는가. 내년에 가면 세입 여건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경기침체가 미 중 무역전쟁, 일본의 경제침략, 홍콩 상황,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 대내외 불확실성 지속 때문에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고 해서, 미국과 일본에서 실패했던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책’을 답습해선 안 된다. 정부는 그동안 실패한 정책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실효성이 있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300만 중소기업, 700만 소상공인을 배려한 ‘작은 경제정책’을 우선적으로 펴야 한다.

둘째, 검찰을 뒤집어야 한다. 15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할 특별수사부 축소와 명칭 변경 등의 검찰개혁방안은 부족하다. 인사혁신을 포함한 보다 담대한 검찰개혁을 추진해 10월말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사법개혁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의 국회 본회의 처리는 정치권에 맡기고, 법무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개혁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셋째, 여야 정당 지도부를 뒤집어야 한다. 정치실종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민주당과 한국당 지도부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지난 3개월 동안 ‘조국내전’에서 이들은 무엇을 했는가. ‘서초동 촛불’과 ‘광화문 집회’에만 기대었을 뿐, 자력으로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화다운 대화를 했는가, 협상다운 협상을 했는가. 대안도 지혜도 비전도 없었다. 한마디로 ‘정치력 제로’다. ‘조국내전’을 종식시키고 ‘경제내상’을 완전 치유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 새로운 지도부가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여야 정당 지도부를 뒤집을 때다. 정치인이 ‘정치’를 하지 않으면 바꿔야 한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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