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구조조정 움직임 없고 전기차 대비도 지지부진
군산공장서는 2021년부터 중국전기차 양산·판매 계획
정부·업계 미래 먹거리 산업에 더 많은 지원·관심 가져야

최근 몇 달 동안 국내 정치 문제가 화제의 중심에 서면서 경제적인 이슈는 대중의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멀어져 있었다. 그렇다고 경제 상황이 결코 좋다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미·중 무역 전쟁이 일시적인 소강상태를 보이고는 있으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한·일 경제 갈등도 아직까지는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 경기는 한국은행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D의 공포(디플레이션, 장기 물가 하락)’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변화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현 상황을 잘 보여주는 두 개의 의미있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첫 번째는 현대자동차가 생산직 인력을 최대 40% 까지 줄여야 한다는 고용안정위원회 외부자문위원들로부터 경고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부품 생산 및 완성차 제조 과정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존 기술 인력의 구조조정을 통해 자동차 산업의 생존 경쟁력을 높이고,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가 각각 60%와 80%에 불과해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차의 핵심 부품인 엔진과 변속기가 없기 때문에 이들 부문의 생산 관련 고용 인력은 100% 필요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생산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발생하는 인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번째 기사는 작년 초 폐쇄가 결정된 한국지엠(GM)의 군산 공장 활용과 관련한 기사다. 지난 9월말 군산공장을 인수한 명신 컨소시엄은 바이튼(Byton)이라는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퓨처모빌리티(FMC)와 2021년 상반기부터 SUV 전기차인 엠-바이트(M-Byte)를 위탁생산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애초 군산공장에서 OEM 방식으로 생산된 전기차는 중국을 거쳐 유럽 등 해외로 판매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해외 판매에서 국내 판매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 자동차업계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GM 군산 공장의 활용 방안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결국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OEM 생산과 함께 이를 국내에 판매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왔다고 입을 모은다. 유럽으로 수출한다는 조건으로 중국 브랜드의 전기차 생산을 결정한 후 국내 판매로 방향을 돌렸다. 이는 중국의 자동차 산업이 우리나라 시장에 아무런 저항도 없이 진출하도록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하나인 전기차 시장에 우리보다 더 경쟁력이 있는 업체가 진출한다는 점에서 자동차 업계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위의 두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자동차 산업으로 이행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마저 아직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전기차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현대자동차의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해 노조도 인정하고 있다지만 아직까지는 이와 관련한 어떤 움직임도 없다. 그동안 현대자동차의 노사관계의 경험으로 짐작컨대 명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의 구조조정은 쉽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의 경쟁사들 또한 포스트 내연기관차 시대를 대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폭스바겐의 경우 2020년까지 전체 고용인원의 5%인 3만명을 감원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GM도 총 인원의 8%에 해당하는 1만4000명의 감원을 목표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등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몸집 줄이기에 돌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시대 대비는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고 국내 IT 기업이나 중소·벤처기업이 전기차 시장에 과감하게 뛰어 든다는 소식도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군산 공장에 최대 2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고, 이를 전량 국내 판매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산업의 지형을 바꿀 가능성이 높아 걱정이 앞선다.

이제는 정치 문제에 함몰되어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경제적인 이슈들을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할 때이다. 특히 미래의 먹거리 산업에는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치가 경제를 삼키면 안 된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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