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출마 예상 지역에 ‘홍보용 현수막’ 올리고 지역 의원들에 책 선물
위기에 처한 중기 지원 외면하고 선거 스펙 쌓으려면 당장 물러나야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자위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이사장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도마에 올랐다. 그는 내년 총선 출마 예상 지역에서 자신의 홍보용 현수막을 내걸고 일부 지자체 의원에게 선물과 책을 보내면서 사전 선거 의혹을 받고 있다. ‘채용비리’로 조직이 흔들리는 쓴 맛을 봤던 중진공이 이번엔 이사장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또다시 국민 눈 밖에 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이사장은 최근 전주시 인근에 추석인사를 명목으로 홍보성 현수막을 내걸었다. 중진공 기관명과 로고가 적시된 이 현수막에는 '설거지 잘하면 사랑받는 남자가 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이 이사장의 사진이 담겼다.

앞서 이 이사장은 올해 설 명절 때 같은 지역 소속 일부 지방의원들에게 선물을 보내고 지난 4월엔 책 선물을 보내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현재 전라북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측근 중진공 낙하산 논란도 뜨겁다.

이 때문에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감장에선 이 이사장에 대한 질타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터져 나왔다. 이 이사장은 총선 출마에 대한 질의에 대해 “현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답하면서 사전 선거운동 논란에 선을 그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일련의 사건은 그의 자질에 대한 물음표로 이어지고 있다. 그가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中企에 희망을, 벤처에 날개를, 청년에게 일자리와 꿈을 주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외치던 날 그의 20대 딸은 이스타항공에 상무로 입사하면서 ‘금수저’ 논란을 재현하기도 했다. 공직자의 말과 행동이 달라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이스타항공의 총수인 이 이사장은 애초 중진공 첫 민간기업인 출신으로서 업무추진력과 운영능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기대에 훨씬 못미친다는 평가다. 중진공은 정책자금 대출 연체 기업에 재대출을 해주거나 현장실사도 없이 허위로 기업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정책자금을 부실하게 운용했다. 혈세 관리가 동네 구멍가게 수준 보다 못했던 셈이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격언은 엄격한 몸가짐이 필요한 공직자에게 꼭 필요한 말로 여겨진다. 이 이사장이 중진공을 자신의 선거운동캠프나 당선용 스펙 쌓기 정도로 여기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물러 나야한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고귀한 사명감을 더 이상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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