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가 후려치기’ 강도 높아질까 노심초사

[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국내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간판 기업들의 실적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후반기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납품 중소기업들의 경우 수익성 악화를 빌미로 대기업들의 ‘고통분담 요구’가 기존보다 더 많이 세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25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에 매출 6조8388억원, 영업이익 4726억원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액은 전년동기(11조4168억원) 대비 40%, 영업이익은 93% 급감했다. 2016년 2분기(4529억원) 이후 가장 적은 흑자 규모다. 영업이익률은 6.9%를 기록하면서 전분기(9.9%)보다 더 떨어졌다. 1년 전(56.7%)으로 보면 비교 자체가 참담하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매출액 62조원, 영업이익 7조7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65조4600억원) 대비 5.3%, 영업이익은 56.2% 급감했다. 다만 전분기(6조6000억원) 대비 16.7% 증가했다.

D램 반도체 수출 급감의 영향이 컸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집계 결과 지난 9월 D램 수출액은 14억4977만달러(약 1조6972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59.1% 감소했다. 3분기 전체로 봐도 지난해 같은 기간 100억달러에 육박하던 수출액이 반토막이 났다.

현대차도 3분기 실적을 잠정집계한 결과 매출액 26조9689억원, 영업이익 378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지만 '세타2 GDi' 엔진과 관련한 품질 비용이 6000억원 발생하면서 전분기 대비로는 69.4%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1.4%에 그쳤다.

이 외에도 포스코, 삼성물산, 에쓰오일 등 우리나라 경제와 고용에 영향이 큰 다른 국내 주력산업 대표기업들의 실적도 부진하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의 추세적 상승 전환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0.4%, 전년 동기대비 2.0% 성장했다. 올해 1분기(-0.4%) 마이너스였던 분기별 성장률은 2분기 1.0%로 반등했지만 다시 반토막 난 셈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있는 경제성장률 2.0% 달성이 요원해 보인다.

이에따라 4분기에 대한 기대감도 꺾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지난 18일 기준 증권사 3곳 이상 실적 전망치가 있는 코스피 상장사 166개의 4분기 영업이익을 29조6161억원으로 예상했다. 불과 1개월 전에 추정했던 전망치 30조5322억원보다 9162억원(3.0%) 감소한 것이다.

대기업의 수익성이 곤두박질치면서 납품 중소기업들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있다. 납품 물량 감소에 대한 우려는 물론 원가 절감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 때문이다.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극심한 실적 악화에도 버틸 수 있는 것은 납품사에 ‘고통분담’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른바 납품가 후려치나 쥐어짜기가 더 심해질까 걱정을 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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