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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규의 프리즘] ‘이재명 구하기’ 10만명, 그의 운명은?
‘아웃사이더’라고 무턱대고 끌어내리면 안 돼
‘보편적 복지’, ‘공정 가치 실현’ 여부 주목
2019년 11월 05일 (화) 10:11:09 조한규 webmaster@smedaily.co.kr

‘이재명 구하기’가 줄을 잇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구하기 위해 1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대법원에 선처를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경기도지사 이재명지키기 범국민대책위위원회(범대위, 상임대표 이부영)’가 ‘정의와 공정의 시대정신을 지키자’는 취지로 지난 9월 25일 발족했다. 함세웅 신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등 발기인으로 참여한 인사는 11월 5일 현재 5000여명에 이른다. 이어 지난 10월 19일 대법원에 첫 번째로 접수된 이국종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의 탄원서를 시작으로 장애인 상공인 농민 청년 체육인 재외동포 종교인 문화예술인 정치인 등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수많은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원혜영 민주당 의원과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 56개 기초단체장과 서울시의회 시의원 102명, 경북 상주시 시의원 7명과 강원 속초시 시의원 5명 등이 탄원서를 제출했다. 범대위에 따르면 11월 5일 현재 탄원서를 제출한 사람들이 1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원 의원은 “이 지사는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정치인”이라며 “새로운 대한민국,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 그의 확고한 비전과 강한 추진력이 다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박 의원도 지난 4일 대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지난해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이 지사는 ‘1위 후보’라는 이유로 타 후보들로부터 검증되지 않은 의혹과 각종 네거티브 공세를 받아야 했다”며 “정치에 몸담으며 수많은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해왔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 지사는 우리나라에 반드시 필요한 정치인”이라고 강조했다.

허석 순천시장을 비롯한 31개 기초지자체장들은 청년기본소득, 무상교복, 산후조리비 지원, 공공부문 건설원가 공개, 아파트 후분양제 추진, 하천·계곡 불법시설물 철거, 체납 관리단 운영, 수술실 CCTV 설치, 24시간 닥터헬기 운영 등을 예로 들며 “보편적 복지와 지역화폐가 결합된 경기도의 새로운 정책모델은 경기도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고, 정부와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변화까지 이끌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1급 시각장애인으로 사회적협동조합 ‘구두 만드는 풍경’의 대표를 맡고 있는 유석영씨는 지난 10월 22일 탄원서에서 “직업을 갖기 어려운 청각 장애인들이 경기도 성남시에서 당시 이재명 시장의 각별한 배려로 공장을 마련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구하기’가 줄을 잇게 된 것은 이 지사에 대한 수원고법의 선고가 부당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수원 고법 형사2부(임상기 부장판사)은 지난 9월 6일 이 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 무죄 판결을 뒤집고 “이 지사가 ‘친형(고 이재선) 강제입원 절차’를 지시하고 보고받은 사실이 있음에도, TV합동토론회에서 ‘친형 강제입원 절차 개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은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을 오도할 정도로 사실을 왜곡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판단했다. 즉, 경기도지사 선거를 위한 TV토론에서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는 상대의 질문에 이 지사가 “저는 그런 일 없습니다”하고 답변한 것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지사 변호인단은 “재판부가 ‘친형 강제입원’ 사건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이와 관련해 방송토론회 등에서 발언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는 유죄라고 판단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하고, “어떻게 동일한 사건에 대해 무죄와 유죄가 나올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상당수 법학자들도 “과잉금지 및 최소 침해 원칙에도 반하고, 논리의 연결이 모호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10월 12일 한 강연에서 “(친형을) 강제입원 시키려고 한 게 아니라 강제 대면진단 시키려고 한 것”이라며 “되게 황당하다. 이렇게 참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도 있구나”라고 개탄했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대법원에 신청했다. 이 지사가 법률의 위헌성을 따져달라고 요청한 조항은 공직선거법 250조 1항 ‘허위사실공표죄’와 형사소송법 383조 ‘상고이유’다. ‘허위사실공표죄’ 규정에 담긴 ‘행위’와 ‘공표’라는 용어의 정의가 모호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죄형법정주의 등에 반한다는 것이며, ‘상고이유’가 과잉금지 및 최소 침해 원칙 등에 반한다는 취지이다.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 문서 등의 방법으로 공표된 허위 사실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친형 강제 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TV토론회 발언까지 처벌 대상에 올리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지사 측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의 ‘공표’와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는 ‘공표’의 의미를 ‘하지 않은 말’까지로 확대 해석, 후보자의 사정을 유추하여 판결을 내렸다”며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발언자의 의도가 재판부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거짓말로 간주된다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마녀재판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하지 않은 발언’에 대해 ‘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죄를 씌우는 것은 위헌”이라는 게 위헌법률심판 제청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 정도의 위법 사항이라면 선관위는 ‘주의’나 ‘경고’를 줬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이 지사 측은 “형사소송법 383조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한해 중대한 사실의 오인이 있거나 양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될 경우 상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당선 무효가 되며 사실상 ‘정치적 사망’을 선고받는데도, 양형 부당을 다툴 수 있는 예외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입법 부작위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 선고는 ‘정치적 사망’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이번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이 지사의 상고심은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중단하게 된다.

이재명 지사는 ‘무수저’ 출신. 두 번의 자살 시도와 산업재해 장애인 6급, 고입-대입 검정고시와 중앙대 법대 장학생, 제28회 사법시험 합격(연수원18기), 인권 변호사와 성남시장, 그리고 대권도전과 경기도지사로 이어지는 그의 삶은 처절했다. 청소년시절부터 도시 노동자로서 ‘아웃사이더 변방성 비주류’의 삶을 치열하게 살았던 것이다. 

그가 이러한 ‘곤이지지(困而知之·곤란을 겪고 나서 깨달음)’의 삶을 통해 얻은 정치철학의 키워드는 ‘공정’이다. ‘누구나 공평한 기회를 누리고 기여한 만큼의 몫을 보장 받는 사회, 모두가 함께 자유로울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경기도지사 취임 첫 일성으로 “억울함이 없는 공정한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 지사의 ‘공정’은 기본소득이 목표다. 지난 2017년 대선후보경선 당시 그는 기본소득 방안을 제시했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생애주기별 배당과 특수배당, 토지배당(국토보유세 수입)을 활용한다.  0~12세에게 아동배당  13~18세에게 청소년배당  19~29세에게 청년배당  장애인과 농민에게 특수배당  65세 이상에게 노인배당을 주는 등 모든 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하고, 추가로 국토보유세를 거둬 1인당 30만원씩 환원하는 방법으로 연간 총 130만원을 지급한다는 게 그가 제안한 기본소득의 골격이다.  

이 지사의 이런 기본소득 구상은 경기도정에 반영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6개월간에 걸친 ‘2019 경기도 도정정책 공론화조사’를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지난 3일 발표했다. 핵심은 역시 기본소득. 이번 공론화조사에 참가한 도민의 75.8%가 기본소득제 도입이 필요하며, 기본소득제 도입 시 세금을 더 많이 낼 의향이 있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사는 이어 지난 4일 ‘2020년 예산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올해(1227억원)에 이어 내년에도 청년기본소득 예산으로 1054억 원을 편성했다며 “기본소득제도는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정책이 될 것”이라며 “오히려 그 필요성을 느끼는 국민의 여론이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빨리 확산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무튼 이 지사는 우리 사회의 매우 귀한 자산이다. 앞으로 이런 유형의 지도자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곤이지지’의 삶 속에서도 ‘공정’의 꿈을 실현한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아웃사이더’라는 이유로 무턱대고 끌어내리려는 것은 야만(野蠻)이다. 우리는 열린 마음으로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세상’을 끊임없이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청년의 미래가 있고, 나라가 건강해진다. 자사(子思)는 ‘중용(中庸)’에서 “위정재인(爲政在人·정치는 제대로 된 사람을 얻는 데 있다)”이라고 강조했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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