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직원과 대기업 갑질에 눌린 협력사 눈물 깔려
일부 조선사는 경영실패 외면한 채 되레 오너십 강화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한국 조선입이 수주액과 수주물량에서 모두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회복했다. 지난 2015년 이후 수주절벽으로 몰렸던 조선업이 본격적인 부활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업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박수 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번 성과에는 경영실패의 대가로 하루아침에 회사를 떠난 수만명의 노동자들과 갑질에 멍든 협력사의 눈물이 깔려있다. 높은 숙력도를 요구하는 조선업 특성상 이들의 빈자리가 향후 본격적인 수주정상화 과정에서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12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국 조선업 수주 물량(잠정치)은 129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17척)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24%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올해 월간 기준 수주량이 100만CGT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주액 역시 지난해 같은달 대비 287% 오른 26억달러를 기록, 월별 최고 수주액을 기록했다. 지난 8월 중국을 밀어내고 수주액 1위를 되찾은 지 2개월만에 수주량 1위까지 차지 한 것이다.

지난달 한국은 전 세계 발주량 150만CGT의 86.0%를 수주했다. 사실상 싹쓸이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4척,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1척, 초대형컨테이너선 11척 등 고부가가치 선종을 전량 수주했고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도 1척 수주했다.

올해 1∼10월 누적 수주액과 수주량으로도 세계 1위다. 이후에도 LNG 프로젝트 물량이 발주될 전망이어서 수주 현황은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이에따라 ‘부동의 조선 1위’ 국내 조선업 명성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경영실패의 고통분담 차원에서 회사를 떠난 노동자들의 눈물이 깔려 있다. 올해 노동부 국감 자료에 따르면 고용보험 피보험자를 기준으로 조선업 종사자 수는 2015년 18만7652명에서 2018년 말에는 10만7667명까지 급감했다. 거의 절반에 달하는 인력이 조선업을 빠져간 셈으로, 조선업 위기를 핑계로 무리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는 정치권의 쓴소리가 나왔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이 와중에 오너십까지 강화했다. 이 기업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을 버리고 현재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중심의 오너경영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38살의 젊은 정 부사장은 대주주가 아니지만 최근 청와대 경제계 간담회에 참석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당시 바른미래당 채이배 정책위의장은 권오갑 부회장 대신 그가 대통령을 만난 것을 거론하면서 “전형적인 후진적 황제 경영의 모습”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협력사의 눈물도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협력사들에게 줘야할 하도급대금 주지 않다가 처벌을 받을 위기에 놓여있다. 공정위 조사결과 이들은 먼저 작업을 시키고 계약서는 나중에 작성하는 선공사-후계약 구조 관행을 악용했다. 계약서 없이 일을 했기 때문에 설계변경 등에도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인력구조조정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버티다 못해 타 업종으로 옮겨가거나 일용직으로 전락한 숙련공들이 적지 않다”며 “이는 조선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로 숙련공 문제는 향후 수주기 본격적으로 정상화될 때 더욱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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