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사회감시 강화’ 우려 높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4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단회의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육성하는 이른바 ‘블록체인 굴기’를 선언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중국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며 “블록체인 기술 및 산업 혁신 개발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시 주석의 이러한 지침에 관료와 정치인들은 블록체인 학습을 하는 등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언론 매체들도 일제히 실생활에서 유용한 블록체인의 장점을 전파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블록체인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에 대한 지원 방안을 발표하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다. 시 주석의 선언 후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달 26일 한때 40% 이상 급등하며 1만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주식시장에서도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등 중국 발 블록체인 소식에 전 세계가 출렁거렸다.
 
그런데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후 중국 정부는 자국이 지향하는 블록체인의 발전 방향과 암호화폐 투기는 무관하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한 논평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암호화폐와 더불어 생겨난 것은 사실이지만 블록체인 기술 혁신이 암호화폐 투기와 동의어는 아니다”라며 “블록체인을 이용한 암호화폐 발행과 투기를 반드시 방지해야 한다”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유통 활성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미리 차단했다.

한편, 블록에 데이터를 담아 체인 형태로 연결해 저장하는 분산원장을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중앙의 관리 주체가 필요 없기 때문에 권력 분산과 익명성을 지향하는 특징이 강하다. 이는 일당 독재의 강력한 중앙 통제 국가를 지향하는 중국 정부의 목표와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탈중앙화의 상징인 블록체인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배경에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재미(在美) 중국 경제평론가 친펑(秦鵬)은 중국 정부의 블록체인 산업 육성의 목적에 대해 크게 ▲사회감시 강화 ▲미국과 금융패권 다툼 ▲중국 특색의 ‘글로벌 운명 공동체’ 건설의 세 가지로 분석했다. 대내적으로 참여자의 정보가 기록·공유되는 블록체인의 장점을 공산당의 사상을 공고히 하는데 접목해 사회감시 강화에 활용하는 한편, 대외적으로 디지털 화폐 발행을 통해 국제적으로 위안화의 위상을 높여 중국 중심의 경제 질서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디지털 화폐 발행은 블록체인 기술의 발달과 함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의 경우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무역흑자 감소와 자본유출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 주도의 디지털 화폐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화폐 발행으로 정부가 중앙은행을 통해 자본 흐름의 파악이 용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6월 페이스북이 디지털 화폐 ‘리브라(Libra)’ 프로젝트 발표하면서 위안화를 법정통화 바스켓 목록에서 제외시켜 중국이 리브라 보다 먼저 글로벌 디지털 화폐 패권을 선점하기 위해 자국 디지털 통화 발행을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선언하면서 디지털 화폐 발행을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사회감시 강화’해 나겠다는 의도는 상당히 우려가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위·변조가 없이 참여자들의 정보가 고스란히 기록되는 블록체인의 특징을 활용해 신속하고 효과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강력한 중앙 통제 정부의 기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블록체인을 기술 그 자체로 인식하지 않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의도적으로 변형시켜 나가겠다는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중국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사회감시 체제 구축에 성공하고, 이 시스템에 유혹된 일부 국가들이 따라 한다고 가정하면 상상하기 힘든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에서 예견된 빅브라더의 출현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낀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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