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상거래업체들의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활용법 눈여겨봐야

매년 11월이면 언론에서 단골로 다루는 주제가 있다. 11월 11일 중국에서 열리는 광군제 이야기다. 광군제 관련 신문기사 내용을 훑어보면 대체로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사상 최고 매출액 갱신과 함께 매출 상위 제품 중에서 우리나라 제품은 몇 개 포함되어 있느냐이다. 두 번째는 비슷한 기간에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와 비교하는 기사다.

그런데 광군제와 코세페는 매출 규모나 참가업체의 수에서 차이가 클 뿐만 아니라 행사 기간도 하루 만에 끝나는 광군제에 비해 코세페는 11월 1일부터 22일까지 열리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행사 주체 또한 알리바바 등 민간 전자상거래업체가 주도하고 여기에 제조업체가 참가하는 방식의 광군제와 달리 코세페는 (올해는 민간 주도로 바뀌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가 주도하고 이에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따라오는 방식이다. 더구나 광군제는 전 세계 제조업체와 소비자가 참가하는 민간업체의 판매 촉진 행사인 반면 코세페는 국내 제품위주로 내수 진작과 해외 관광객 유치라는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45조원 매출의 광군제’와 ‘썰렁한 코세페’라는 관계를 설정해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코세페가 광군제나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겨냥해 비슷한 시기에 개최된다는 것 외에는 별로 공통점이 없다. 차라리 광군제 자체를 분석하고 행사를 위해 활용되는 첨단 IT 기술들을 살펴보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올해 광군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지난해에 비해 성장세는 꺾였지만, 행사를 주도한 알리바바는 2684억위안(약 45조원)의 매출을 올려 절대적인 수치에서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초당 계산하면 1초당 5억원이 넘는 액수다. 2위업체인 징둥닷컴(1313억위안, 약 22조원)과 쑤닝이꼬우(苏宁易购), 핀둬둬(拼多多) 등의 전자상거래업체를 모두 합치면 매출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에서 10억위안(약 1700억원) 이상 판매 실적을 올린 브랜드는 15개로 해외 브랜드가 8개, 중국 브랜드가 7개 이지만 우리나라 브랜드는 여기에 들지 못했다. 대신 1억위안 이상 팔린 299개 브랜드 중에는 한국 브랜드가 7개 들었는데, 삼성을 제외하면 모두 화장품 제품이 차지했다. 사드 갈등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한류와 K-뷰티 열풍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광군제는 천문학적인 매출 기록이 항상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판매 후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물류를 처리하기 위해 동원되는 첨단 기술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매년 진화하는 물류 시스템은 미래의 먹거리인 4차 산업혁명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이들 분야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로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에는 물류에 투입된 로봇이 화제를 모았다. 알리바바의 물류 자회사 차이냐오(菜鸟)에서 운영하는 ‘사물인터넷(IoT) 미래단지’라는 물류 창고에서는 약 700대의 무인운전로봇이 포장과 운송 업무를 처리했다. 항저우의 물류센터에서는 350대의 로봇을 가동해 택배를 주소지별로 분류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였다는 소식을 전했다.

올해는 알리바바의 인공지능(AI) 시스템과 빅데이터 활용이 주목을 받았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상품이 얼마나 팔릴 것이라는 AI 시스템의 분석 결과에 따라 제조업체에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물류 창고에 미리 입고하라고 통보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하루 약 13억개에 달하는 소포를 48시간 내 중국 전역에 배송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리고 축적된 데이터는 인공지능과 결합해 점점 더 정교한 마케팅 자료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

광군제는 매년 성공하는데 코세페는 왜 안 되느냐고 속상해할 때가 아니다. 광군제에서 기록한 천문학적인 매출을 부러워해서도 안 된다. 시장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비교 대상이 아니다. 광군제에서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은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들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에 투자하고 활용하는 방법이다. 바로 이 분야에서 우리는 앞으로 중국과 경쟁해야 한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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