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정계 복귀할 듯…여론조사 1위지만 ‘팬심’없고 만기친람 약점

이낙연 총리는 12월에 총리직을 그만둔다. 21대 총선과 20대 대선 출마를 위해 정치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다. 이 총리의 한 핵심인사는 25일 “이 총리는 12월에 총리를 그만 둔다. 확실하다. 후임도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여러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 총리가 총리직을 그만두면 대권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총리는 지난 24일 낮 청와대 사랑채 인근 텐트에서 단식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찾아 “건강을 상하면 안 된다”고 했다.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정치행보의 일환이다. 그는 이어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의 ‘윈스턴S.처칠’을 읽었다. “정치를 하려거든 처칠을 공부하고 그처럼 말하고 또 그처럼 행동하든가, 아니면 아예 정치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지 말라”는 강 교수의 결론에 공감했다. 

이 총리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5개월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5일 오마이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총리는 지난달 조사보다 3.5%포인트 상승한 23.7%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20.0%를 기록한 황교안 대표. 지난 6일 동아일보 조사에선 이 총리가 27.7%, 황 대표가 14.2%로 1, 2위를 달렸다. 

그러나 이 총리는 불안하다. 지지율이 좀처럼 30%를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대권도전을 위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큰 역할을 맡아야 지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 12월 국회에서 예산안이 처리되면 총리직을 던지기로 결심한 것 같다. 공직자 사퇴시한은 2020년 1월 16일이지만, 오는 12월이 ‘민주당 복귀의 적기’라고 본 것이다. ‘1987년 대통령직선제 도입이후 최장수 국무총리 재임(2년6개월)’에 만족할 경우 민주당에 복귀하는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그럼에도 여전히 ‘조국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한 청와대 일부 참모들은 2020년 4월 15일 21대 총선 때까지 이 총리가 총리직을 수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친문’들은 이 총리 귀환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도 있고, ‘이해찬-이낙연 투톱체제’로 총선을 이끌어야 승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 총리가 21대 총선에 출마할 경우 총선불출마를 선언한 이해찬 대표의 지역구인 세종시 출마가 유력하다. 공무원과 그 가족들이 주로 살고 있는 세종시(세종특별자치시)의 유권자들은 자존심이 강해 총리급 인사 정도가 돼야 표를 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경우 비례대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총리의 고향은 전남 영광군 법성면 용덕리(龍德里).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이자 굴비로 유명한 법성포 옆 마을이다. 용덕리의 주산은 초포산(207m)이지만, 촛불산(199.6m), 봉산(154.4m), 대덕산(240.7m), 인의산(165.3m) 등 비교적 낮은 야산들이 둘러싸고 있다. 예로부터 도선국사의 ‘결록’에 기록된 ‘아룡도강형(兒龍渡江形)’의 명당이 법성포 주변에 있다고 해서 풍수사들이 자주 찾았던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 총리는 전남 지사 시절에도 대권도전을 준비했었다. 2년 이상을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와 경제전문가들과 함께 ‘경제공부’를 했다. 당시 이 총리는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경제지식을 습득했다고 한다. 촛불혁명이 없었다면 대권에 도전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지지도가 매우 낮았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뒤 대권  꿈을 잠시 접게 됐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2017년 1월 1일 새벽 광주 무등산을 등산해 새해 일출을 봤다. 첫 대권행보를 호남의 상징인 무등산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당시 전남지사였던 이 총리를 만나 깊숙한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이 총리에게 총리 등 정부 요직에 ‘호남인사 배려’ 등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른바 ‘문재인+이낙연 연대’, 즉 ‘PK-호남 지역연합’이 이뤄졌던 것이다.

이 총리는 한 번도 대권 꿈을 버린 적이 없다고 한다. 조용히 때를 기다려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가 총리 취임 일성으로 ‘국민통합’을 강조했던 것도 ‘호남 총리 이미지’를 벗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분석된다. 총리 공관에 의도적으로 호남의 유력 인사들을 부르지 않았다. 그래서 과거 이 총리 측근들과 호남 지인들은 불만이 많다. ‘더 낮게, 더 가깝게, 더 멀리’라는 모토로 소리 없이 현장을 방문하며 총리직을 수행했던 것도 고도의 대권전략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 이낙연 총리가 지난 22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원예농협 채소사업소에서 농협 관계자로부터 월동배추 출하 현황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서 농민신문사가 제공한 메모장(취재수첩)에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사진=이낙연 총리 페이스북.

이 총리의 최대 약점은 팬덤(fandom)이 없다는 것. 팬덤은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현상’을 일컫는다. 그는 매사에 조심하고, 맞는 말만 하고, 실수를 하지 않다 보니 팬덤이 없는 것이다. 강한 카리스마가 있으면서도 좌충우돌하고, 시원한 결단력을 보이지 않으니 따르는 사람이 적다. “대정부 질문에 답변을 잘한다”, “무난한 지도자”라는 평가만 있을 뿐이다. 게다가 만기친람(萬機親覽·모든 일을 샅샅이 보살핌), 디테일이 강한 완벽주의자, 내각 군기반장, 서울 법대 출신 특유의 엘리트주의자 등이 정부와 민주당 내부의 지원군 모집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중용(中庸)’ 20장에는 공자가 정치를 묻는 애공(哀公)에게 제시한 ‘구경(九經·나라를 다스리는 아홉 가지 벼리)’이 있다. “수신(修身·자신의 몸을 닦고), 존현(尊賢·현자를 존중하며), 친친(親親·가까운 이들을 살피며), 경대신(敬大臣·대신을 공경하며), 체군신(體羣臣·여러 군신들을 내 몸처럼 여기며), 자서민(子庶民·서민(백성)을 내 자식과 같이 여기면), 내백공(來百工·다양한 전문기술자들이 모이고), 유원인(柔遠人·일반거주자(이민자)들을 부드럽게 대하며), 회제후(懷諸侯·먼 지방의 사람들까지도 화목하게 만든다)” 

‘구경’은 경세의 방법론이다. 국가를 다스리는 항상(恒常)의 원칙이다. 오늘의 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차기 대권을 꿈꾸고 있는 이 총리는 과연 이 ‘구경’ 가운데 몇 가지를 실천하고 있는가. ‘구경’의 근본은 ‘성(誠)’이다. 그 ‘성실함’은 어느 정도인가.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