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트랜드당 압승으로 분리독립 주민투표 요구할 듯
웨일스, 카탈루냐 등 주변국 확산으로 EU 약화 우려도

영국 집권 보수당이 최근 치러진 조기총선에서 압승함에 따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가시권에 들어온 가운데 스코틀랜드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브렉시트를 주도하고 있는 잉글랜드와 달리 스코틀랜드는 그동안 여러 차례 다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우선 보수당을 이끌고 있는 보리스 존슨 영국 수상은 영국이 2020년 말 유럽연합(EU)을 반드시 떠나도록 EU 탈퇴협정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퇴협정법안에는 브렉시트 전환기간이 2020년 12월 31일 종료되며, EU에 연장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가장 궁금한 점은 영국의 EU 탈퇴까지 1년 남짓 남은 기간과는 상관없이 스코틀랜드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다. 이는 영국의 국제적 위상 변화나 유럽 각지의 분리 독립운동과도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인들은 이번 조기총선에서도 강한 분리 독립 의지를 드러냈다. 분리 독립을 외친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스코틀랜드의 의석 59석 중 48석을 석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는 총선 전보다 13석이 늘어난 것으로,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독립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나 다름없다. 

아니나 다를까 이를 바탕으로 스코틀랜드국민당은 스코틀랜드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추진할 방침임을 밝혔다. 스코틀랜드국민당 대표인 니콜라 스터 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총리는 “스코틀랜드국민당의 승리는 독립을 위한 새로운 주민투표 실시라는 사명을 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투표가 이루어진다면 두 번째가 된다. 지난 2014년 치러졌던 첫 번째 주민투표에서는 찬성 44.7%, 반대 55.3%로 부결됐었다. 물론 보수당 정부는 스코틀랜드 독립이 부결된 지난 2014년 주민투표 결과를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은 2014년 주민투표 결과를 한 세대 동안은 지키기로 한 약속을 상기시키고 있다.

문제는 2014년 주민투표가 2016년의 브렉시트 투표에 2년 앞서 치러진 것이었기 때문에 그 결과를 한 세대 동안 지키기로 한 약속이 일종의 원인무효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스코틀랜드는 EU 잔류를 원하고 있다. 2016년 브렉시트 투표에서도 스코틀랜드인들은 잉글랜드인들과 달리 EU 잔류를 더 많이 원했지만, 영국 인구의 5분의 4를 차지하고 있는 잉글랜드인들의 뜻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끌려왔던 것이다.

브렉시트 때문이 아니더라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역사적으로 많은 갈등을 겪어왔다. 11세기까지만 해도 독자적인 왕실을 유지하던 스코틀랜드는 13세기 말부터 잉글랜드의 침략을 받아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당시 독립을 지키기 위해 싸운 스코틀랜드의 영웅 윌리엄 월리스를 다룬 영화 ‘브레이브 하트’(1995년)는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다.

스코틀랜드는 1314년 백너번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두기도 하는 등 잉글랜드와 다툼을 이어가지만 1603년 스코틀랜드 스튜어트 왕가의 제임스 6세가 잉글랜드 왕위를 계승하면서 갈등도 완화됐고, 1707년에는 마침내 하나의 나라로 통합됐다. 그러나 스튜어트 왕통이 끊어진 이후 스코틀랜드인들은 또 다시 잉글랜드에 맞서 저항하는 등 갈등이 재개됐고, 그 후유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보수당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운동이 더욱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존슨 수상이 브렉시트 전환기간을 내년 말로 정한 것도 독립 운동을 서둘러 진행하도록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최소한 내년 안에 주민투표를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만약 보수당 정부가 스코틀랜드인들의 강력한 저항에 못 이겨 주민 투표를 받아들일 경우 찬성이 앞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번 총선 투표에서도 나타났지만, 2016년 브렉시트 투표에서도 EU 잔류 의견이 훨씬 많았던 데서 결과를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연쇄 반응도 큰 파문을 일으킬 것이다. 스코틀랜드가 독립할 경우 영국을 구성하고 있는 또 다른 지역인 웨일스와 북아일랜드의 분리주의 운동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영국의 경제력과 인구, 군사력도 줄어 국제무대에서 영국의 영향력은 약화될 게 뻔하다.

스코틀랜드의 독립과 EU 가입 여부는 EU에도 골치 아픈 문제가 될 것이다. 자동으로 EU 가입국으로 남아야 하는지에 대해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은 없지만, 용인할 경우 스코틀랜드를 완전한 독립국으로 인정한다는 뜻이 된다. 이는 스페인에서의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카탈루냐의 선례가 될 것이기 때문에 스페인의 반발도 각오해야 한다.

카탈루냐뿐만 아니라 벨기에서 독립을 원하는 플랑드르와 밀라노를 중심으로 한 이탈리아 북부도 스코틀랜드와 같은 조건에서 독립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브렉시트가 불러올 나비효과로 인해 유럽 전역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 2020년을 맞게 될 것이다.

곽영완 국제‧역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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