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육간 경영권 분쟁 위기…집안단속 성공하면서 장자 입지 각인 시킬까
사모펀드 공격속 3남매 개별 지분율 낮아 각자도생 가능성은 높지 않아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부친 조양호 회장의 사망으로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이 시험대에 올랐다. 누나인 조현아씨가 조 회장에 대해 선친의 뜻과 다르게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며 대놓고 반기를 들었다. 2대 주주인 KCGI측의 공세가 여전한 가운데 조 회장이 집안 단속에 실패할 경우 ‘원 한진'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23일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무법인 원은 "선대 회장은 생전에 가족이 협력해 공동으로 그룹을 운영해 나가라고 말씀하시는 등 가족에게 화합을 통한 공동 경영의 유지를 전했다. 임종 직전에도 3명의 형제가 함께 잘해 나가라는 뜻을 다시 한 번 밝히기도 했다”며 “조 전 부사장은 선대 회장의 유훈에 따라 가족 간에 화합해 한진그룹을 경영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생인 조원태 주식회사 한진칼 대표이사는 물론 다른 가족들과도 공동 경영 방안에 대해 성실히 협의하여 왔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법인은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며 "상속인 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의 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지적했다.

조씨의 반발이 경영복귀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씨는 과거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해 칼호텔네트워크 등 다수의 직책으로 경영에 참가해왔지만 2014년 '땅콩 회항'과 지난해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물컵 갑질'을 거치면서 모두 물러났다.

이후 '물컵 갑질'로 비난받은 동생 조 전무가 사건 14개월 만에 한진칼 전무로 경영에 복귀했지만 조 전 부사장은 여전히 경영에 복귀하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 조 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됐고 조 전 부사장이 이에 반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조씨가 공개적인 반기를 든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진그룹 삼 남매간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고 조 회장의 지분 상속으로 이들의 지주회사 한진칼의 지분은 조원태 6.46%, 조현아 6.43%, 조현민 6.42% 등으로 변경됐다. 모친 이명희 고문은 5.27%다. 지분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다.

증시에서 반응도 뜨겁다. 이날 오후 1시 41분 이 시각 한진칼 주가는 전일대비 7300원(+18.96%) 급등한 4만5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우열을 가리기 힘든 현재 지분율이 오히려 분쟁을 제한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남매별로 제 갈 길을 가는 각자도생 자체가 힘든 구조”라며 “결국 갈등 공론화로 조 회장을 압박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의도가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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