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공유 통해 거국내각 구성해야 레임덕 최소화

2020년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27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 선거법은 의석수를 현행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을 그대로 유지하되,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만 ‘연동형 캡(cap)’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원래 연동형 비례제는 정당 득표율에 연동해 의석을 배정하는 방식이나, 개정 선거법은 정당 득표율에 50%만 연동한 것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인 셈이다. 선거마다 40~50% 선에 이르는 사표를 최소화하고, 비례대표를 통해 소수정당의 국회 진출 길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개혁의 의미가 적지 않다.

특히 이번 개정 선거법은 자유한국당이 빠지기는 했지만, 이른바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대화와 협상의 산물이란 점에서, ‘한국식 연합정치’의 실험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그 추이가 주목된다. 이러한 ‘4+1의 정치’에 대해 일각에선 ‘정치야합’이란 비판을 제기하고 있으나 연합정치에 대한 이해부족에 따른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 8월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다당제 연합정치의 기초가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찍이 필자는 ‘한국 대통령선거의 연합정치 연구’에서 연합정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연합정치(coalition politics)’는 집권, 공동정부 구성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두 개 이상의 정당이나 정치세력이 하나로 연합하는 정치행위라고 할 수 있다. 각각 독자적인 조직을 유지하면서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다. 공식적인 정치협상을 통해 정책연대나 선거연합을 추진하기 때문에 무원칙한 정치야합과는 구별된다.”

이번 ‘4+1의 연합정치’는 정책연대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정책연대의 내용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등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도입됐으니 나머지 두 가지 목표를 이루게 되면 ‘4+1의 정책연대’는 완료된다.

하지만 ‘4+1의 협의체’가 개혁을 위한 정책연대를 지속적으로 유지‧성공시키기 위해서는 4 15총선에서 선거연합을 추진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4 15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총선이후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선 ‘4+1의 연합정치’가 필요하다. 선거연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따라서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정책연대를 추진하면서 선거연합의 구도를 짜야 한다.

선거연합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후보단일화, 공동후보 명부 작성, 교차투표 지시, 차순위투표 호소 등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선거연합은 더욱 복잡해졌다. 4 15총선을 앞두고 한국당이 이른바 ‘비례한국당(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될 경우 ‘4+1협의체’가 묘수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4+1협의체’는 매일 머리를 맞대고 깊숙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솔루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결코 민주당은 ‘비례민주당’ 창당과 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물론 연합정치는 정책연대와 선거연합을 이뤘다고 해도 완전하지 않다. 언제든지 균열될 수 있다. ‘권력공유(share of power)’가 이뤄져야 연합정치는 제대로 작동될 수 있다. ‘4+1협의체’가 4 15총선에서 살아남게 될 경우 문재인 정부는 열린 자세로 ‘권력공유’의 연합정치를 전개해야 할 것이다. 범진보 중도정당들과의 정책연대와 권력공유를 통해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레임덕이 최소화되고 정국이 안정되며 민생과 경제가 활기를 찾을 수 있다. 지금부터 그 ‘그림’을 그려야 한다.

“凡事豫則立(범사예즉립), 不豫則廢(불예즉폐)”라는 ‘중용(中庸)’ 20장의 구절이 생각난다. ‘모든 일은 사전에 미리 성실한 바탕 위에서 단속하면 확고하게 서고, 미리 단속함이 없이 무방비 상태로 임하면 낭패를 본다’는 뜻이다. 키워드는 ‘예(豫· 미리 정함)’이다. 그 어느 때보다 ‘예의 정국운영’이 필요하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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