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전쟁부터 시작된 반유대주의 미국서 빈번해지며 ‘우려’ 확산
나치 못지 않게 악랄했던 일제 상징 욱일기에 대한 관용 시정해야

최근 미국 내에서 유대인들을 겨냥한 공격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반(反)유대주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에서는 한 유대인의 집에 복면을 쓴 남성이 침입해 흉기를 휘둘러 5명이 다쳤고, 뉴저지에 있는 유대인 음식 전문 상점에서는 총격으로 6명이 숨졌다. 그에 앞서서는 몬시에서 유대교 회당에 가던 한 남성이 길에서 흉기에 찔려 크게 다쳤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반유대주의 범죄가 최근 미국 내에서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뉴욕과 뉴저지에서 반유대주의 범죄가 자주 일어나 이 지역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을 불안에 빠뜨리고 있다고 전한다.

유대인에 대한 공격 증가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2018년 뉴욕에서만 반유대주의 범죄가 21% 증가했다고 한다. 미국의 ‘반(反)명예훼손 연맹’에 따르면 2018년 미국에서 발생한 반유대주의 범죄는 1879건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1000건 이상이 유대인을 향해 욕설을 내뱉는 것을 포함한 괴롭힘 범죄였다.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유대인에 대한 잇단 공격으로 새삼 주목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서구에서 반유대주의는 그 유래가 깊다. 역사적으로 반유대주의 성향이 처음 나타난 것은 11세기 말 십자군 전쟁 때부터다. 이슬람 세력에 빼앗긴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하자며 결성된 십자군은 이웃 유대인들의 재산을 약탈해 전쟁 자금으로 사용했다.

특히 십자군 전쟁을 비기독교도 모두에 대한 전쟁이라고 인식한 무리들은 유대인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하기도 했다. 프랑스 루앙에서 대규모 유대인 학살이 시작됐고, 독일의 여러 도시에서도 유대인 집단 거주지가 파괴됐다.

물론 가장 유명한 유대인 박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학살이지만, 그 이전 근대시대에도 서구에서는 반유대주의가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었다. 19세기 말 독일과 다툼을 벌이던 프랑스를 떠들썩하게 했던 ‘유대인 간첩 조작 사건’인 드레퓌스 사건도 있고, 재정러시아 시절인 19세가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이어진 러시아의 조직적인 유대인 학살 ‘포그롬’도 그 사례다.

기독교권인 서구에서 유대인들에 대한 박해는 예수를 죽인 민족이라는 관념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대체적으로 부유했던 유대인들의 재산이었다. 유대인들이 부유했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박해가 심했기 때문이다. 즉, 유대인들은 그들이 살던 곳에서 언제 추방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살다보니 손쉽게 들고 갈 수 있는 재화를 모아놓았던 것인데, 이것이 탐욕으로 받아들여졌고, 이를 불쾌하게 여긴 기독교인들의 박해가 끊이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20세기 들어 인종차별 철폐 운동이 펼쳐지며 유대인들에 대한 박해도 줄어들었지만, 이 와중에 가장 큰 유대인 박해의 대명사로 떠오른 게 바로 2차 대전 중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었다. 이 역시 유대인들의 부를 빼앗아 전비로 쓰려는 의도가 컸지만 가장 최근의, 가장 심각한 박해이다 보니 유대인 박해의 대명사로 각인돼있을 뿐이다. 유대인 박해가 범죄로 인식된 것도 나치의 만행에 대한 반발심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반유대주의 사태와 관련해 가장 나쁜 인식을 받고 있는 것도 나치와 연관이 돼 있다. 뉴욕 근교에서 유대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체포된 용의자는 독일 나치와 그 지도자인 아돌프 히틀러에게 관심을 쏟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교도관 훈련소에서 나치식 경례가 존경의 표현으로 사용된 문제도 제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책임 소재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빌 더블라시오 뉴욕시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증오의 기운이 미국에서 퍼지고 있으며, 이 증오의 많은 부분이 워싱턴에서 발산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했다. 서구인들의 나치에 대한 증오와 인식은 이처럼 대통령에 대한 혐오로 이어질 정도로 극단적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나치와 관련해서는 이처럼 극단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반면 동아시아에서 발생한 일본의 더 악랄한 학살과 그 상징과도 같은 전범기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점이 궁금한 것이다. 나치 문양도 아닌 나치식 경례가 문제가 된다면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전범기 사용은 더 큰 문제임이 분명하다.

서구인들의 전범기에 대한 인식은 올해 치러질 도쿄올림픽에서 전범기를 응원도구로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지적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크게 문제 삼고 있지 않은 데서 드러난다. 전 세계인의 축제에서 전범 국가의 상징을 노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 것이다. 공교롭게도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국적은 독일이다.

반유대주의와 관련해 나치를 혐오하는 서구인들의 인식이 타당하다면 전범국가 일본의 상징인 전범기에 대한 혐오와 처단도 동일선상에서 취급돼야 할 것이다.

곽영완 국제·역사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