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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규의 프리즘] 양준일과 고흐, 그 깨달음
망상 버리니 꿈 이루어져…공(空)의 예술세계 추구
정치인들, 망상 버리고 오직 ‘민생’을 화두 삼아야
2020년 01월 06일 (월) 08:30:10 조한규 webmaster@smedaily.co.kr

2019년 12월 25일 저녁 필자는 JTBC 뉴스룸의 인터뷰(손석희 앵커 진행)를 보고 깜짝 놀랐다. 뉴스룸에 등장한 ‘낯선 인물’이 토해낸 언어가 신선했기 때문이다. 요즘 가요계의 최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수 양준일. 그의 인터뷰는 일반 대중가수의 수준을 넘어섰다. 선문답과 같았다.  

- 그 사이에 양준일 씨의 삶은 어떤 삶이었나.
“인생이 그냥 롤러코스터 같았었어요. 롤러코스터 같았었고 그리고 실질적으로 제가 그 삶을 살면서 쓰레기를 많이 버려야 되는, 그러니까 쓰레기라는 게 제 머릿속에 있는 쓰레기를 많이 버려야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왜냐하면 나의 과거를 보면 꼭 그게 나의 미래로 그냥 이어간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예요. 그래서 이것을 자꾸 버려야지, 버려야지. 그래서 예를 들어 행복하기 전에 불행함을 버려야 되는 것처럼 해서 제 머리에서 가득 차 있는 나의 나 자신에 대한 편견이라 그럴까요. 그것을 버리느라고 노력을 거의 뭐 생활처럼 했었어요.”

- 다 버렸더니 남는 것은 무엇이었나.
“남는 것은 일단 그냥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 공간을 나의 과거로 채우지 않는 게 목적이었고요. 그런데 그게 자꾸 다시 돌아와요. 그래서 자꾸 그것을 버리게 되고. 그런데 그게 이제 새로운 걸로 들어와야 되는데 그걸 공간을 만드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목적이었어요.”

양준일은 ‘곤이지지(困而知之)’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것인가. 미국 식당 종업원을 전전하면서 하루하루 힘든 생활에서도 머릿속 쓰레기인 ‘헛된 욕망’, 즉 망상(妄想)을 버릴 수 있었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는 일이다. 맑은 얼굴, 밝은 표정, 성성한 눈빛은 수행자를 연상시켰다. ‘시간여행자’란 표현이 어울렸다.   

양준일은 지난해 12월 31일 팬미팅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지금 너무 신기한 건 더 이상 원치 않으니까 그 꿈이 이뤄졌다는 거다”며 “내려놓는 것이 힘들었지만, 내려놓을 수 있으면 그로써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1991년 ‘리베카’란 노래로 데뷔하면서 가졌던 꿈, 20대에 원했던 것을 지난 30년 동안 버리고 버려서 더 이상 원치 않으니 오히려 그 꿈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아름다운 음악은 빈곳에서 나온다’는 장자(莊子)의 ‘악출허(樂出虛)’의 이치를 깨달았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는 이제 일주문(一柱門)을 들어선 셈이다. 머릿속 쓰레기를 버리면서 마음을 비웠다면, ‘양준일 신드롬’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러분의 사랑이 파도로 저를 치는데, 제가 숨을 못 쉬겠어요”에 안주하면 안 된다. 지속적으로 비워야 한다. 그래야 갈수록 그 사랑이 충만해진다.

이어 필자는 양준일처럼 ‘악출허’의 이치를 깨달은 예술가를 만났다. 네덜란드 출신의 프랑스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1853년 3월 30일~1890년 7월 29일)를 극장에서 만난 것이다. 즉, 프랑스 남부의 아를에서부터 죽음을 맞이한 오베르 쉬르 우아즈까지의 고흐 삶을 화폭처럼 담아낸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At Eternity's Gate)’를 지난 연말에 본 것이다. 세계적인 신표현주의 화가이자 ‘잠수종과 나비’로 2007년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줄리언 슈나벨(Julian Schnabel)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에서 후기인상파의 거장 폴 고갱(Paul Gauguin)은 고흐에게 묻는다. 어떤 그림을 그리기 원하느냐고. 고흐는 “새로운 빛을 그리고 싶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고갱은 “(프랑스) 남부로 가라”고 권한다. 이에 고흐는 아를로 간다. 

고흐는 아를에서 ‘새로운 빛’을 찾아서 캔버스를 메고 아를 일대의 자연을 누빈다. 자연의 순간에 집착해 빛과 바람, 나무와 꽃, 그리고 지평선 등을 빠른 붓 터치로 화폭에 담는다. 연필 스케치가 없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순간을 포착한 즉시 화폭에 담기 위해서다. 노영덕은 ‘처음 만나는 미학’에서 고흐에 대해 “외부 사실에 대한 수동적 시각의 산물이 아니라 내면의 강한 반응으로서 능동적이고 주관적인 색채와 왜곡된 형체, 율동적인 화면을 구사했던 표현주의 회화의 선구자였다”고 평가했다. 

고흐는 언덕에 올라 광활한 자연을 바라보고 있으면 지평선 너머로 미래가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절규한다. “그림은 이미 자연 안에 있어. 꺼내 주기만 하면 돼…. 내가 보는 것을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신이 미래의 사람들을 위해 절 화가로 만든 것 같아요”

아를 사람들은 양준일처럼 시대를 앞서간 그를 ‘광기의 인간’으로 봤다. 정신병 치료를 위해 생 레미 요양원에 강제 이송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양준일과는 다른 차원의 ‘시간여행자’였다. 자연을 신이라고 생각했다. 노자 ‘도덕경’의 ‘도법자연(道法自然)’을 신봉하는 수행자로 보였다. 죽기 얼마 전 오베르에서 의사 가셰나 시냐크가 왜 그림을 그리느냐고 묻자 고흐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생각이 없어진다. 생각이 없어지면 나는 나 이외의 세계의 일부분이 된다.” ‘범아일여(梵我一如)’에 들었다는 말처럼 들렸다. ‘악출허’의 경지에서 무아(無我), 공(空)의 예술세계를 추구했던 고흐는 양준일과 함께 우리에게 적지 않은 교훈을 제공한다.

   
 

4월 15일 총선을 앞두고 예비후보들이 거리 곳곳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양준일과 고흐가 지녔던 ‘악출허’ 면모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자칫 권력의 욕망에 휩싸이게 되면 ‘악마’로 변할 수 있다. 그런 만큼 하루빨리 머릿속의 쓰레기를 버리고 또 버리고, 망상이 소멸한 자리에서 ‘오직 민생’만을 화두처럼 챙기기 바란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 회장·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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