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거래선 다변화와 새 수출 성장동력 발굴 필요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5424억1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3% 감소했다. 2018년 12월부터 13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2009년(-13.9%)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두 자릿수 감소폭을 기록한 것이다. 이처럼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원인에 대해 산업부는 미·중 무역 분쟁, 일본의 수출 규제, 브렉시트, 홍콩 사태 등 어려운 대외 여건과 함께 반도체, 석유화학 및 석유제품의 업황 부진 때문이라 밝히고 있다.

실제로 최대 수출 상품인 반도체의 지난해 수출액은 939억36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5.9% 줄었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반도체 업황이 부진했고 반도체 제품 공급이 늘면서 하락한 가격 회복이 지연된 영향이 컸다. 그 외 무선통신기기(-17.6%), 디스플레이(-17.0%), 석유화학(14.8%) 수출도 두 자릿수 감소폭을 기록해 수출 부진에 한 몫을 했다. 특히 디스플레이는 중국 패널의 생산이 확대됨에 따라 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걱정을 더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 수출이 16.0% 감소했다. 2018년 사드 갈등으로 인한 경제 보복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무역은 영향을 받지 않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지난해 대(對)중국 수출이 크게 감소한 것은 아무래도 미·중 무역 분쟁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증가세를 이어오던 아세안 시장으로 향하는 수출도 5.0% 감소하는 등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전 지역에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 추산에 따르면 미·중 무역 분쟁으로 107억달러, 반도체 경기 하강기로 328억달러, 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화학 134억달러의 수출 감소분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수출 감소분 625억달러의 91.0% 달하는 금액이다. 주력 시장과 주력 상품이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이 마냥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먼저 지난달 12월 수출 감소폭이 7개월 만에 한 자릿수에 진입하는 한편 최대 시장인 중국 수출이 14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해 향후 개선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주력 수출 상품이 아닌 바이오헬스, 이차전지 등 신수출성장 품목이 호조를 보여 우리 수출의 앞날을 밝게 하고 있다. 특히 금액은 적지만 전기차 수출이 전년 대비 82.7% 상승한 것은 수출에 있어서 미래 산업의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2020년에 들어서면서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낙관론이 대두되고 있으며,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나는 등 지난해보다는 수출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여기에 다시 안주해서는 안된다. 변화하는 대내외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새로운 수출 전략을 마련해야한다.

첫째, 해외거래선 다변화는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지난 몇 년간 중국 시장이 불안할 때 베트남이 훌륭한 대안으로 역할을 했다. 그리고 정부에서 추진하는 신남방·신북방 정책에 힘입어 신남방 지역의 수출 비중이 20%를 넘어섰고, 신북방 지역으로 수출도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미국, 중국과 같은 주력 수출 시장에 비해 시장의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품목의 수출이 가능한 지역이다. 신남방신북방 지역의 수출을 늘려 나간다는 것은 수출 시장의 다변화뿐만 아니라 수출 품목의 다각화에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새로운 수출 성장 동력산업을 발굴해 나가야 한다. 지난해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력 제품의 수출은 주춤했지만 화장품(28.8%), 바이오헬스(11%), 이차전지(7.4%)의 수출은 크게 늘었다. 전통적인 주력 산업이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가는 시점에 새로운 산업의 약진은 그동안 몇몇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산업구조를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특히 인공지능, 전기차, 수소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 산업을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하고, 이 산업들이 미래 주력 수출 제품으로 자리 잡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

셋째, 수출 플랫폼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해외 쇼핑몰을 통한 직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한 마케팅이 오프라인 전시회 등 전통적인 방식을 대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소품종·대규모 수출에서 다품종·소규모로 수출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수출 플랫폼 환경에서는 중소기업의 다양한 제품 수출이 가능하다. 특히 내수 중소기업에게는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정보통신을 이용한 중소기업의 수출 증대를 통해 품목의 다양화와 거래선의 다변화를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해 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한 것은 미·중 무역 분쟁이라는 대외적인 변수와 반도체 가격 하락이라는 경기 침체가 1차적인 원인이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력시장에서 수출을 늘려나가는데 한계가 온 것이고, 주력 제품의 국제 경쟁력도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따라서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수출 성장 동력산업을 발굴하고, 변화하는 수출 플랫폼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수출을 늘려 나가는 방안이 될 것이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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