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칼춤’ 멈추고, 추 장관은 ‘중화(中和)’의 길 가야

2020년 새해는 ‘추미애 정국’으로 시작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3일 취임식에서 “검찰개혁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고 강조했다. “‘개혁’과 ‘공정’은 문재인 정부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존립의 근거이며, 시대정신”이라고 역설했다. 

추 장관은 취임 6일 만인 지난 8일 검찰 고위 간부 32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추풍낙윤(秋風落尹)’, ‘추 장관의 바람에 특수통 중심의 ’윤석열 사단‘이 낙엽처럼 떨어졌다’는 세평이 나왔다. 자유한국당은 “수사방해를 위한 보복 인사”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추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법사위에선 이번 검찰 인사와 관련한 검찰청법 위반 논란에 대해 “검찰청법 위반이 아니라 검찰총장이 저의 명(命)을 거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놓으라’고 참모에게 지시한 정황까지 확인됨으로써 ‘윤석열 총장 징계를 검토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추 장관은 이어 지난 10일 특별수사단과 같은 ‘별도 수사조직’을 검찰이 설치할 때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특별 지시했다. 이는 윤 총장의 수사재량권 확대를 차단하기 위한 ‘압박 카드’로 해석된다. 동시에 법무부는 반부패수사 공공수사 등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도 대폭 축소할 계획이다. 검찰의 인지수사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정부와 여당은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강조했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검찰 인사 과정에서 발생한 검찰의 항명은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며 ‘윤석열 항명론’을 제기했다. 

추 장관의 다음 카드는 조만간 단행될 검찰의 중간 간부 인사다. 일부 언론은 “검찰 안팎에선 ‘윤석열 키드’인 차장·부장검사를 상대로 ‘정밀타격’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중간 간부들이 대거 교체될 것이란 분석이다.

물론 이번 검찰인사는 갑자기 이뤄진 게 아니다. 지난해 10월 14일 조국 전 장관의 사퇴 직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검찰 최고위급 간부 출신들의 자문을 토대로 여권 핵심부가 마련한 인사안이라는 것. 추 장관은 중간 간부 인사에서도 ‘특수부 축소-형사부 강화’라는 원칙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의 카드는 이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검찰개혁 로드맵’은 탄탄해 보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7월 출범과 검 경수사권 조정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종 규칙 등이 이미 정교하게 설계됐다고 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1일 필자에게 추 장관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동안 추 장관의 고집을 꺾은 정치인은 없었다. 과거 동교동계 인사들과도 여러 번 충돌한 적이 있는데 모두 손을 들었다. 아무도 그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추 장관은 한번 결정하면 끝까지 간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절대로 이기지 못한다.” 

추 장관은 1997년 대선 때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의 선거유세단장을 맡았다. 여성이었던 추 장관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고 ‘잔다르크 유세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후 전사(戰士) 이미지를 지닌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가 그의 별명이 됐다.    

사실 추 장관은 4 15총선에서 당선돼 6선의 고지에 오르면 국회의장에 도전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헌정사상 최초로 지역구 5선 여성의원’, ‘민주당 역사상 최초로 대구 경북 출신 당 대표’라는 기록에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국회의장’을 더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이런 거창한 꿈을 접고 법무부장관직을 수락한 것은 ‘검찰개혁을 완수한 법무장관’으로 역사에 남는 길이 보다 가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총리가 될 수도 있고, 대권도 넘볼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이 ‘조국 수사’에서 보여줬던 ‘칼춤’만으로는 ‘추다르크’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을 위한 사법정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사법정의, 그 본연의 길을 가야 한다. 따라서 이제부터 검찰이 지켜야할 키워드는 ‘시중(時中)’이다. 

추 장관도 마찬가지다. ‘추다르크’ 이미지는 법무장관 업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중’과 ‘중화(中和)’의 길을 가야 한다. “법치의 근간은 약자에 대한 배려와 인권, 그리고 사랑이다”는 소신이 구두선(口頭禪)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 땅에 가득한 억울한 사법 피해자들을 위한 법적 제도개선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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