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신임 행장 이날도 출근 못해…외부서 업무
노조 13일째 출근저지 투쟁, 내부 분위기 뒤숭숭
계열사 등 인사지연·업무공백 우려 목소리 커져

▲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기업은행 노조원들이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과 노동조합 간 갈등이 좀처럼 봉합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윤종원 행장이 적극적으로 노조와의 대화 의사를 밝히며 정상업무 복귀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낙하산 인사' 반대를 외치는 노조는 13일째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당장 기업은행 임원과 이미 임기가 끝난 계열사 수장들의 인사가 줄줄이 뒤로 밀린 가운데 윤 행장의 정상출근 불발로 업무공백 사태가 길어질 수밖에 없어 기업은행의 한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원 행장은 이날 아침에도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 출근하지 못해 외부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지난 3일 기업은행장 임기를 시작한 윤 행장은 첫 출근을 시도했지만, 이른 아침부터 본점에 모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 지부(이하 기업은행 노조) 노조원들의 출근저지 투쟁에 막혀 출근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기업은행 노조는 경제 관료 출신인 윤 행장을 '낙하산 행장'으로 규정하고, 아침마다 출근저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윤 행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노조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언제든 만나겠다"며 노조와의 대화에 적극 나설 것임을 밝히고 있지만, 노조의 강경 입장에 아직까지 제대로 된 소통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2017년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와 '낙하산 인사 근절'을 명시한 정책협약을 맺었는데, 약속을 뒤집고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낸 정부와 여당이 먼저 사과하고 제도개선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새 행장의 출근저지 투쟁과 관련해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13일 오후 본점에서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대토론회를 열고 결속력을 높였다. 이들은 토론회에서 출근저지 투쟁의 취지와 경과 등을 조합원들에게 보고하고, 조합원들은 저지 투쟁 관련 의견을 공유했다.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은행 안팎에서는 조직내 인사 지연은 물론 중소기업 지원‧육성 업무 등 경영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통상 1월 중순 한날에 전 직원 인사를 발표하는 '원샷 인사'를 시행해왔는데, 이번에는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석부행장을 포함해 부행장 5명의 임기 만료가 임박했고, IBK투자증권 등 계열사 3곳의 대표 임기는 이미 지난달에 끝났지만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기업은행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관료 출신으로 은행 실무 경험이 없는 윤 행장의 전문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여전하지만, 그의 풍부한 정책 경험을 고려하면 국책은행장으로서의 자격 자체를 문제 삼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윤 행장이 강조한 소통을 통한 조직문화 혁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업은행장 인사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윤 행장의 임명을 반대하는 노조를 향해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veto·거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우변화가 필요하면 외부에서 수혈하는 것이고, 안정이 필요하면 내부에서 발탁하는 것"이라며 "기업은행 노조도 다음에는 내부에서 은행장을 발탁할 기회가 있을 것이므로 열린 마음으로 인사를 봐달라"고 말했다.  

윤 행장은 노조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는 한편, 경영 공백이 커지지 않도록 내부업무 챙기기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3일에는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취임 후 첫 경영현안점검회의에 참석해 부행장 등 임원들과 국내외 경제 동향과 주요 경영상황을 점검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윤 행장이 사업그룹별 업무 현황과 계획을 보고 받는 등 정상적으로 현안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며 "윤 행장이 노조와의 대화 의지가 강한 만큼 설 명절 전에는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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