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사업자 특약점 방판원 제멋대로 운영
공정위, ‘솜방망이 처벌’에 ‘봐주기’ 논란

▲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방문판매원을 빼내 특약점에 막대한 피해를 준 서경배 회장의 아모레퍼시픽 갑질에 대한 최종 결론이 과징금 5억원으로 끝났다. 아모레의 소송으로 공정위거래위원회의 제재가 취소된 지 2년만으로, 법원의 인정 범위 내에서 과징금이 재산정됐다.

하지만 독립사업자인 특약점에 큰 피해를 준 것도 모자라 소송으로 공정위의 처벌을 무력화시킨 아모레에 대해 공정위가 너무 많은 시간을 줬다는 비판이다. 이번 사건은 애초 공정위의 과징금 제재로 끝날 뻔했지만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의 고발요청으로 가까스로 법적 심판대에 오른 바 있다.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위가 서경배 회장과 아모레에 대해서만은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15일 아모레퍼시픽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재처분 심의 결과,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재처분 심의는 2014년 8월 아모레퍼시픽에 내린 처분과 관련한 행정소송에서 공정위가 2017년 최종 패소함에 따라 열렸다.

2014년 공정위는 아모레퍼시픽이 2005∼2013년 특약점 소속 방문판매원 3482명을 수차례에 걸쳐 다른 특약점이나 직영점으로 일방적으로 재배치하는 등 갑질을 벌였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 특약점은 아모레 화장품을 방문 판매 형식으로 파는 전속대리점으로, 방문판매원이 많을수록 더 높은 매출액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대해 아모레는 반성은커녕 행정소송으로 대응했고, 법원은 제재를 내린 공정위의 일부 근거가 잘못됐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공정위는 이번에 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과징금을 재선정했다.

당시 중기청은 사회적 파장에도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가 아모레에 대한 고발을 하지 않자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했고, 검찰의 기소로 결국 법인 벌금형과 관련자 집행유예형으로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선 아모레가 대리점주들의 사생활을 사찰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결론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공정위는 사건이 발생한 지 오래돼 혐의 특정과 입증에 시간이 걸렸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문제는 그 사이 아모레의 갑질로 피해를 입은 특약점 업주들의 고통이 지속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감에서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이익 제공행위를 명확하게 특정하지 못해 패소한 공정위가 판결 확정 후 2년이 지나도록 과징금을 재부과하지 않았다"며 "'대기업 봐주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모레를 향한 갑질 비판은 이 사건 뿐만이 아니다. 계열사인 이니스프리는 직영 온라인몰에서 오프라인 가맹점 매장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화장품을 저렴하게 팔아 가맹점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서 회장의 장녀 서민정씨가 이니스프리 지분 18.18%를 보유중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약점 방판원을 직영점으로 돌리거나 가맹점보다 더 싼 가격으로 파는 행위 모두 상생과는 정반대의 행동”이라며 “대리점과 특약점이 자기 물건을 팔아주는 소중한 고객이자 가족이라고 생각했다면 나오기 힘든 상식 밖의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이니스프리 측은 "가맹점 할인과 프로모션은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마이샵' 제도 등을 통해 가맹점주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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