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존도 점차 낮추어 가는 방안 모색해야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환자가 하루 밤 사이에 수천 명씩 늘어나는 등 그 기세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신종 코로나 누적 감염자는 2만여명에 달하며 사망자도 400명을 넘어서고 있다. 

홍콩대학교 의학연구팀의 보고서는 더 비관적이다. 연구팀은 지난달 25일까지 우한(武漢) 내에서만 이미 7만5000명의 감염자가 발생했을 것이라 추산했으며, 4월까지 충칭, 베이징 등 대도시로 계속 확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 정부는 설 명절인 춘제(春節) 연휴기간을 2월 9일까지 연장하면서 신종 코로나 확산을 차단하고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인적·물적 이동의 제한이 방역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경제 활동은 위축되고 있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중국의 성장률은 확연하게 둔화될 것이라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사태를 신속하게 수습하지 못하고 장기화될 경우 중국 경제는 가장 비관적인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신종 코로나로 인해 올해 중국의 실질 GDP 증가율이 1% 포인트 내려갈 수 있다고 예측한다. 파이낸셜 타임즈 또한 올해 1분기 중국의 GDP 성장 예상치보다 0.4% 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는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수습된다면 경제 성장률이 1% 미만의 감소에 그치겠지만, 9개월 이상 장기간 지속된다면 2%대로 급격하게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며 제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이 사실상 멈추게 되면서 세계 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에서 조사 결과 중국의 GDP가 1% 둔화할 때 한국의 GDP는 약 0.35% 포인트 줄어든다고 한다. 이는 홍콩(0.30%), 일본, 베트남(0.20%), 미국(0.05%)보다 높은 수치다. 우리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경쟁국과 비교해 가장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장기화된다고 가정할 때, 올해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0.7% 포인트 감소한 1.6%대에 머무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지난해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로 성장률이 2.0%에 겨우 턱걸이 한 우리 경제로서는 예상치 못한 중국 발 위기, 즉 ‘차이나 리스크’로 인해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차이나 리스크가 점점 빈번해 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에는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중 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때 중국은 한국으로 향하는 관광객 축소와 한류 문화 콘텐츠 분야 제한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화장품 등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수출을 규제해 대(對)중국 수출 증가율이 크게 감소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우리나라 수출이 13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쯤이면 차이나 리스크는 연례행사처럼 오고 있는 셈이다. 반면 우리 경제는 중국 발 위험에 취약한 구조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어 향후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1970년대에 ‘미국 경제가 기침하면 일본 경제는 감기에 걸리고, 한국 경제는 병원에 입원한다’는 말이 있었다. 미국 경제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의존도 순위를 매긴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 지금은 과거 미국의 자리를 중국이 대신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경제는 미국 경제와 달리 불안정한 요소가 많다. 이는 우리 경제가 대외적인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커져가는 차이나 리스크에 대응해 중국 의존도를 점차 낮추어 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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