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어려움 겪는 중국 봉쇄전략 위험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실질적 해결책 찾는 노력해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잇따라 확진 환자가 나오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특정 지역이나 인종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혐오 조장까지 나타나고 있다. 나아가 이 같은 혐오 조장을 통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혐오 마케팅까지 기승을 부린다.
대표적인 문제점은 언론 보도에서부터 나타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역 명을 병명에 넣는 것이 편견이나 혐오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이 바이러스 병명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라고 명명했지만 일부 언론들은 여전히 지역 명을 붙여 ‘우한 폐렴’으로 부르고 있다. 혐오 정서를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국가 정책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야당도 혐오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자한당 지도부는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일시 제한하기로 한 정부 조처와 관련해 부족한 조치라며 중국인 전체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내 확진자가 가장 많긴 하지만 다른 나라들도 확진자가 늘어나긴 마찬가지다. 이는 입국을 막으려면 중국인만 막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모든 나라 사람들의 입국을 막을 것인가.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대응을 질타하기 위한 취지겠지만 반중(反中) 혐오 정서를 노골적으로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한당이 중국인 차별 소지가 있는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혐오 마케팅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또 오는 4월에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정부 여당에 타격을 주고 자당의 득표력을 높이려는 전략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바이러스 확산을 놓고 자국 이기주의적인, 또는 자당 이기주의적인 혐오 조장은 오히려 국가의 이익을 해치는 결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에 국내 정치 상황의 유·불리로만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혐오가 우리나라에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에서 처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왔던 프랑스에선 중국인은 물론 아시아계 사람들에 대한 혐오와 기피가 늘어났다. 우리도 그들에겐 혐오의 대상이 된 것이다.
WHO는 일부 국가들이 이른바 ‘중국 봉쇄전략’을 펴는 데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WHO는 신종 코로나 사태에 대한 일부 국가의 조처와 관련, “중국 이외 지역에서 폐쇄 전략을 취하면 확진 환자의 수가 오히려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은 WHO가 중국을 대변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혐오를 더욱 조장한다.
무엇보다 전 세계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바이러스 퇴치를 외면한 채 혐오를 조장하고 자국 이기주의에 빠질 경우 국가의 미래가 불확실해 질 위험이 크다. 글로벌 시대에 국제 교류의 상대국을 지나치게 폄하할 경우 추후 우호적인 관계를 다시 맺기 어렵고, 따라서 미래가 불확실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잘못된 혐오 조장으로 미래가 불확실해 진 나라가 있다. 바로 최근 유럽연합에서의 탈퇴를 공식화한 영국이다. 지난 2016년 유럽연합 탈퇴 여부는 묻는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선택한 영국은 지난 2월 1일(한국시간) 최종적으로 유럽연합에서 탈퇴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이기적인 혐오 조장의 산물이다. 탈퇴 이유로 유럽연합에 내는 분담금에 비해 이득이 크지 않다는 경제적인 측면을 내세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유럽연합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보호하도록 했으나, 영국인들은 범죄율과 실업률이 증가할 것이라며 아예 유럽연합과의 관계를 끊은 것이다. 난민 문제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나라로서 지극히 이기적인 선택이었다.
이기적인 혐오 조장을 포장하기 위해 겉으로는 경제를 내세웠지만 유럽에서 고립된 영국은 오히려 경제적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영국의 대외 교역액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연합에서 탈퇴함으로써 교역규모는 3% 넘게 축소될 것으로 추산되고, GDP 또한 8%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혐오 조장을 통해 스스로 고립된 영국을 보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금까지 발생했던 모든 바이러스 사태가 그랬듯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도 해결책이 찾아지고 결국에는 진정될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미래를 불확실하게 하는 어리석은 혐오 마케팅보다는 보다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손을 맞잡는 게 낫지 않을까.
곽영완 국제·역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