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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박사의 알기 쉬운 경제] 고립주의 전통 영국, 브렉시트 선택
금융허브 흔들리지만 한·영 FTA 체결로 우리 경제 영향 미미
2020년 02월 12일 (수) 13:16:55 이원호 webmaster@smedaily.co.kr

유럽의회가 지난달 29일 영국의 EU 탈퇴(일명 Brexit. 브렉시트) 협정을 비준했다. 유럽의회의 비준이 완료됨에 따라 영국은 예정대로 브뤼셀 기준 2월 1일 0시를 기해 EU에서 탈퇴했다. 2016년 6월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EU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한 이후 3년 7개월 동안 충격과 갈등의 시간을 뒤로 하고 마침내 브렉시트가 현실화되었다.

EU의 존립을 위협할 만큼 큰 파장을 일으켰던 브렉시트가 나온 배경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원인과 역사적인 원인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EU 정책에 대한 영국인의 부정적인 시각을 지적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영국의 재정 분담금이 늘어나고 EU의 과도한 규제로 인해 영국의 경제성장이 정체되면서 영국에서 EU 무용론이 대두되었다. 특히 2015년 기준으로 영국이 EU에 낸 회비가 130억 파운드(약 20조원)에 달하지만 EU가 영국을 위해 지출한 예산은 45억 파운드에 불과했다. 과도한 분담금에 비해 EU 내에서 영국의 역할이 미미했다는 점은 회원으로서 매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욱이 EU의 노동정책과 이민정책은 영국 서민층을 자극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재정위기를 거치면서 그리스, 스페인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에서 이주자들이 영국으로 몰려 들었다. 비숙련 노동자뿐만 아니라 사무직까지 광범위하게 이주자들이 차지하게 되면서 영국의 서민층들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게 되었다. 또한 이주자들이 영국의 복지 혜택을 받게 되면서 자신의 세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간다는 인식이 팽배하게 되었다. 결국 영국 서민층의 생활이 점차 어려워지는 것은 EU 통합에 따른 이주자들의 자유로운 왕래에 있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계층이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주요한 세력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다음 브렉시트 원인으로는 영국의 고립주의 전통을 들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직접적인 원인은 비단 영국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EU내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독일이나 프랑스도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 특히 EU 탈퇴 문제가 붉어져 나온 것은 영국의 고립주의 전통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대표적으로 1815년 워털루 전쟁에서 승리한 후 영국은 승전국의 지위에 있었지만 유럽 대륙에서 별도의 이권을 요구하지 않고 이전의 상태로 회귀하는 빈(Vienna system) 체제를 지지했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유럽 문제에 개입하는 것보다 해외에서 식민지를 개척하고 자유무역을 활발하게 추진하는 것이 영국에 이익이라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지금 영국의 경제 상황은 18세기 중반과는 많이 다르다. 1871년 영국은 세계 무역의 2/5를 차지하고, 당시 경제력의 척도인 철강과 석탄의 생산은 미국과 독일의 생산을 합친 것보다 약 2배 더 많았다. 반면 2018년 기준 세계 교역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9%에 불과하다. GDP 비중도 약 3%로 1위 국가인 미국 GDP의 13%에 미치지도 못한다. 이렇게 영향력이 축소된 영국이 다시 유럽 대륙으로부터 고립주의를 선언하고 영국식 세계화를 추진하는 것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브렉시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기대보다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첫 거래일인 2월3일 영국 파운드화는 2% 넘게 급락했다. 브렉시트의 여파로 영국의 향후 3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도 1.1%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EU 시장을 바라보고 영국에 투자한 외국계 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에서 1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1000여개의 일본 기업 중 60%는 빠른 시일 안에 영국에서 사업을 철수할 것이라 말하는 등 외국계 기업의 영국 탈출이 가시화 되고 있다.

브렉스트 이후 영국은 독자적인 투자정책과 이민정책을 수립하고, EU 회원국 시절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폐기된 자유무역항을 부활하는 등 영국식 세계화 전략의 청사진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영국의 브렉스트 이후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국이 금융허브로서 역할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브렉시트로 자본 이동 접근성이 제한되면서 영국이 금융허브의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EU로부터 독립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영국 경제의 앞날이 결코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 짐작이 가능하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EU에서 두 번째로 큰 우리의 교역 상대국으로 2018년 기준 양국 간 교역규모는 132억 달러에 달하지만, 지난해 한·영 FTA를 체결해 양국 간 안정적인 교역활동을 확보하는 등 대비하고 있다. 다만 한·미 FTA와 같은 양자간, 그리고 RCEP과 같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을 확대해 나가는 우리로서는 자유무역협정의 세계적인 흐름과 반대로 진행되는 영국의 독자적인 자유무역 추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는 있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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