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 늘었는데 악재까지 겹쳐 생존 위협

[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항공업계가 울상이다. 일본 불매운동에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적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쟁 심화를 우려하는 시장의 우려에도 지난해 신규 항공사를 대거 늘린 상황에서 돌발 악재까지 쏟아지면서 업계 전체의 생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항공업계가 신규 면허를 대거 내줬다가 철수 사업자가 잇따르고 있는 면세점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신종 코로나 여파로 여행객이 줄면서 동남아 노선 감축에 돌입했다. 인천∼대만 타이중 노선은 오는 26일부터, 인천∼태국 치앙마이 노선은 다음달 3일부터 각각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또 주 21회 운항하던 하노이 노선을 오는 18일부터 주 14회로, 주 14회 운항 중인 방콕 노선을 주 7회로 줄이기로 했다. 대한항공도 내부적으로 동남아 노선 감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가항공사에서는 티웨이항공이 인천∼마카오에 이어 인천∼치앙마이, 인천∼필리핀 클락, 인천∼하노이, 부산∼타이중 노선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하루 2편씩 운항하던 대구∼타이베이 노선도 3월20일까지 하루 1편으로 감편하기로 했다. 진에어도 오는 17일부터 부산∼방콕 노선을 잠정 중단하는 데 이어 부산∼삿포로, 부산∼오키나와, 인천∼필리핀 칼리보 노선을 동계 시즌인 다음달 28일까지 운항 중단하기로 했다.

이는 향후 실적에도 먹구름이 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2619억원으로 전년 대비 59.1% 감소했다. 같은기간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손실은 427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8378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LCC 1위인 제주항공의 경우 연결 기준 작년 4분기 영업손실은 4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여객 업황이 최악을 지나면서 일부 LCC 들은 재무적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일본 불매운동에 중국발 신종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면서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LCC들도 타격이 클 것"이라며 "이에 따라 LCC 업계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신규 항공사 면허를 대거 내준 정부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지난해 정부는 모두 3곳의 신규 항공사를 허가하면서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는 모두 9곳이 됐다. 이는 미국과 같은 사업자 수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시장 포화를 이유로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바 있다. 일본 불매운동이나 신종 코로나 사태가 미리 예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현재 항공업계의 보릿고개를 가중시킨 요인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저가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인건비 감축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곳이 많지만 임시책에 불과하다”며 “날개도 제대로 못펴고 악재를 연속을 맞고 있는 신규 항공사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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