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으로 크게 성장해 글로벌 경제에 일정한 타격
정치·사회적 변화 없어 위기설 계속 불거질 전망

중국에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일대 혼란을 겪는 중국발(發) 경제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세계 GDP 중 16.3%, 세계 무역점유율 12.8% 차지하는 중국 경제가 사실상 가동을 멈춰 중국발 생산 감소로 글로벌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대다수 다국적 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담당해 왔다. 생산 품목 또한 값싼 소비재부터 하이테크 제품까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어 충격파가 2003년 사스(SARS) 발생 때와는 비교가 안 된다. 실제로 각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에서 경제위기 가능성과 그에 따라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중국 경제는 물론이고 글로벌 경제에 일정한 타격은 주겠지만 경제위기 상황으로 나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경제 전문가들은 2020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0.5~1.0% 포인트 떨어지고, 세계 경제성장률도 0.2% 포인트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정도의 경기 둔화를 글로벌 경제위기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물론 중국에서 생산 활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면서 발생할 피해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이 또한 2분기부터는 정상적으로 작동해 글로벌 공급체인 붕괴 우려는 사라질 것이다.

그동안 중국경제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중국경제가 위기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쉽게 무너져 중국발 경제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경향이 있었다. 지난해 미·중 무역 전쟁이 한창 진행될 때에도 중국경제 위기설이 널리 퍼졌다. 최근 일본에서 발간된 ‘중국발 세계 경제위기 시작됐다’는 책에서도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중국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로 세계 경제위기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고 언급한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2년에는 중국의 경제 분석가 류쥔뤄(劉軍洛)가 그의 저서 ‘블랙차이나’를 통해 중국경제의 붕괴와 중국발 세계 3차 대공황을 경고한 적이 있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무너진다고 가정하면 글로벌 규모의 대공황이 발생할 것은 쉽게 짐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GDP 세계 2위, 세계 최대의 교역국이면서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경제가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만큼 그렇게 쉽게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중국발 경제위기설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서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는 중국 정부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고 확산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관료주의적인 민낯을 드러낸 바 있는데, 이러한 병폐가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한 중국이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시장의 원리로 풀지 않고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다양한 모순을 감추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신이 중국경제 위기설의 저변에 깔려있는 것이다.

20여 년 전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한 삼성 이건희 회장의 발언이 커다란 파문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이에 정부는 발끈했고 삼성은 이를 수습하느라 진땀을 흘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이건희 회장이 퇴진했다거나 삼성이 불이익을 받지는 않았다. 오히려 소신을 가지고 발언한 당시 2류 기업 삼성은 지금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났다. 반면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기업이 성장하는 시점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퇴진했다. 그의 퇴진 배경을 둘러싸고 여전히 정치적 음모론이 가시지 않고 있다.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중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20년 후 어떤 경제외적인 이유로 사라지게 될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지난 30년간 중국경제는 유래가 없는 양적 성장을 거듭했다. 그 과정에서 산업의 고도화도 이룩했는데, 화웨이의 5G 기술은 세계 1등이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일부 첨단산업 분야도 미국을 추월하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양적인 성장(하드웨어)에 비해 정치, 사회제도(소프트웨어) 등의 부문에서 변화가 없다면 중국경제는 앞으로도 두고두고 위기설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바로 이런 점이 중국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도 불구하고 위기에 취약한 구조라고 과소평가 받는 이유다. 그리고 중국발 경제위기설의 저변에 깔려있는 실체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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