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생보사들, 4월부터 보험료 5~10% 인상
손보사는 이달 초 車보험료 3.5% 가량 올려
보험료 줄인상 불가피…서민가계 주름살

▲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이달 초 자동차보험료를 4% 가량 올린데 이어 생명보험사들도 오는 4월 5~10% 보험료 인상을 예고하면서 서민가계의 주름살이 깊어질 전망이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보험료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이달 들어 손해보험사들이 개인용 자동차보험을 4% 가량 일제히 올린데 이어 생명보험사들도 5~10% 수준의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고 나섰다. 내수부진과 손해율 급등에 따른 실적악화로 보험업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대형사는 물론 중소형사들의 보험료 인상 '도미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서민가계의 주름살이 깊어질 전망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오는 4월 1일부터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한화생명도 4월부터 예정이율을 인하할 예정이며, 교보생명은 4월 0.25%포인트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협생명도 상품별로 0.25~0.5%포인트 조정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굴려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거둘 수 있는 예상 수익률로,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같은 보험금을 받더라도 가입자가 내야 할 보험료는 늘어난다. 통상 예정이율이 0.25%포인트 내리면 보험료는 5~10% 가량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생보사들이 예정이율 인하로 보험료 인상에 나서는 것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 여파에 실적이 크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의 경우 지난해 영업손실이 139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매출액은 16조836억원으로 전년 대비 5.44% 늘었으나, 당기순이익은 1146억원으로 68.9% 줄었다. 이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변액보증준비금이 늘어난 탓이다. 변액보증준비금은 주가가 하락하거나 금리가 하락하면 적립해야 하는 규모가 커져 그만큼 순이익이 감소한다.

삼성생명 실적도 부진했다. 지난해 순익은 9774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41.3% 줄었다. 다만 2018년 발생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익(7900억원)과 삼성증권·카드 지분 손상차손(3360억원)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순익 감소율은 19.2%로 떨어진다.

업황악화로 '어닝쇼크'에 직면한 손보업계도 최근 대형사를 중심으로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나섰다. KB손해보험은 지난달 29일 3.5% 가량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했고,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3일 보험료를 3.5% 올렸다. 이어 4일에는 DB손해보험이 3.4% 인상했고, 5일에는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이 각각 3.3%와 3.5% 보험료를 상향 조정했다. 

손보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손해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준비해왔다. 지난해 12월 기준 삼성·현대·DB·KB손보 등 4대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가마감 기준)은 모두 100%를 넘겼다. 고객으로 받은 보험료보다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이 더 많았던 셈이다.  

손보사들의 실적도 매년 악화하는 추세다. 삼성·현대·DB·KB·메리츠·롯데·한화·흥국화재 등 8개 손보사의 지난해 순익은 1조7573억원으로 전년(2조7024억원)에 비해 9451억(35.0%) 감소했다. 삼성화재의 지난해 순익은 6478억원으로 전년(1조707억원)보다 39.5% 줄었고 현대해상(-28.0%), DB손보(-27.9%), KB손보(-10.6%) 등도 순익이 크게 감소했다. 

올해에도 보험업계의 영업환경은 녹록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데다 각종 규제와 치열해지는 영업환경으로 저(低)수익구조가 점점 고착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이 하락하면서 역마진 피해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여 보험료 인상 움직임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가파른 생활물가 상승세를 감안하면 서민들이 체감하는 보험료 인상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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