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4개월여 만에 1200원 돌파…상승폭 커져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당분간 환율 상승압력 불가피
원화 약세에 해외여행객·기러기 아빠 등 부담 가중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신흥국 통화 등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원화약세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말 미중 무역협상 훈풍 등으로 가파르게 하락하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중순 중국 우한시에서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신흥국 통화 등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4개월여 만에 1200원을 돌파했다. 이러한 원화약세 기조는 수출 중소기업에겐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주며 다소 숨통을 틔워주는 모습이지만, 자녀들을 외국으로 유학보낸 '기러기' 아빠들은 갈수록 커지는 송금 부담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1시 현재 전 거래일보다 5.9원 오른 1204.6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7.0원 오른 1205.7원에 출발한 뒤 장중 내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강해지면서 현재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는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 등 중국 외 지역에서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데다 사망자까지 발생한 점이 투자 심리를 저해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월 대외 변수에 냉온탕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일 1158.1원에 장을 마쳤던 원·달러 환율은 이란이 미군 군사기지를 타격하면서 6일 1172.1원으로 치솟았다. 양국의 갈등이 완화 조짐을 보이면서 환율은 다시 1150원대로 내려왔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20일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에는 9.4원 오른 달러당 1198.7원에 거래를 마치며 4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종가는 지난해 10월 2일(1206.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중에는 1200원을 넘어서기도 했는데, 이는 지난해 10월 10일(1201.1원) 이후 처음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글로벌 금융·외환시장의 불안심리는 커질 수밖에 없어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중국뿐만 아니라 국내의 전염병 확산 추이에 따라 변동할 것으로 보이며, 당분간 국내 감염자 수는 늘어나고 소비위축 우려가 이어질 것"이라며 "향후 1개월 내 원·달러 홖율 변동 범위는 1180~1250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중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중국경제의 회복 강도에 좌우될 것이며, 2분기 중 중국경제가 정상화되고 국내의 전염병 우려도 잦아들 것으로 전망한다"며 "그에 따라 한국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개선되면서 환율은 하향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국내 기업에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모두 가져온다. 달러화 채무가 많은 기업들은 상승한 환율만큼 부담이 커지게 되지만, 수출 중소기업 입장에선 원화약세가 가격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원화약세 기조에 해외에 가족을 보낸 기러기 아빠들의 시름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러기 아빠가 1만달러를 해외로 보낼 경우 올해 초만 해도 1150만원 정도가 들었지만 현재는 1200만원이 든다. 두 달 여만에 부담이 50만원 가량 늘어난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 상승의 가장 큰 피해자는 기러기 아빠로, 해외 직구족과 해외 여행객들도 비용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반해 달러로 월급을 받는 해외 근로자와 외화예금 가입자들은 환율 상승에 실질소득과 수익률이 오르면서 환율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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