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메르스땐 즉각 금리인하…시장추이 좀더 지켜보고 판단할 듯

[중소기업신문=이민호 기자]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코로나19 피해가 갈수록 커지면서 오는 27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의 선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과거 사스, 메르스때처럼 한은이 즉각적인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까지는 한은의 금리동결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 14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국내경제 영향을 예단하기에는 아직은 이르고 지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사실상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당시는 확진자가 28명에 그쳤고 나흘째 새 환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사태 조기 종식의 기대감이 적지 않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이후 몇 일만에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우리 산업계와 민생 등 실물경기 타격이 뚜렷해지면서 이 같은 한은의 판단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03년 4월29일 국내 첫 사스 추정환자가 발생한 이후 한은은 바로 그 직후 금통위(5월 13일)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4.25%에서 4.00%로 낮췄으며, 2015년에도 5월20일 국내 첫 메르스 환자 확진 판정이 나온 뒤 6월11일 기준금리를 기존 1.50%에서 1.25%로 인하했다.

이에따라 증권업계에선 이번에도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는 관측이 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1일 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강한 전파력이 확인되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김명실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과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경기 방어에 적극 나서는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 인하 명분도 커졌다"고 진단했다.
 
대신증권도 "이달 중순까지 안정세를 보이던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이후 급증하면서 경제적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 대응이 필요해졌다"며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교보증권은 지난달 금통위가 국내 경기 부진이 일부 완화하고 있다고 평가한 데 대해 "코로나19 이슈가 확대되면서 이런 평가는 더는 유효하지 않다"며 "추경 편성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한은이 일단 경기 추이를 지켜본 뒤 오는 4월 금통위에서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는 관측도 적지 않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진자 수 급증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도 커졌지만, 시간을 두고 효과가 나타나는 금리 인하보다 즉각 효력을 기대할 수 있는 재정정책이나 긴급 유동성 조치가 더 적절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주목되는 미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1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 충격은 일시적일 것이라면서 현재의 정책 기조(금리동결)가 옳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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