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보다는 방역에 최선 다하고, 중기 상생 방안도 마련해야

“망령되게 움직이지 말라, 산처럼 무겁게 침착하라(勿令妄動 靜重如山·물령망동 정중여산)” 이순신 장군이 1592년 5월 7일 첫 승리를 거둔 옥포해전을 앞두고 조선 수군에게 내린 명령이다. 위기에 봉착할수록 경거망동하지 말고 태산처럼 침착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언제나 겸허히 가슴에 새겨야 하는 말씀이다. 지금은 온 나라가 ‘코로나19(COVID-19)’와의 전쟁 중이어서 더욱 그렇다.

‘코로나19’는 보이지 않는 적이다. 그래서 격퇴하기 쉽지 않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불안하다. 나 홀로 대처하다간 큰 코 다친다. 정부, 병원, 제약회사,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노조, 시민사회단체, 종교단체, 시민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코로나19’를 이겨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 모두는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첫째, 정부는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 그동안 솔직히 ‘뒷북’을 치는 점이 없지 않았다. 특히 청와대는 지나친 정무적인 판단을 자제해야 한다. 국민건강이 최우선이다. 경제와 외교는 그 다음이다. ‘코로나19’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다. 이런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선 신속-강력-정확한 대책만이 필요할 뿐이다. 질병은 질병으로 보기 바란다.

둘째, 여야 정치권은 ‘코로나19’가 결코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직시하기 바란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23일 “대구의 아픔과 시민의 어려움을 정쟁이나 정치적 이익을 앞세워 이용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차라리 정치권은 침묵하는 게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 15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ㅇㅇㅇ폐렴’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망국적 행위다. 전쟁 중에 여야가 어디 있는가. 모든 국회의원 후보들은 ‘코로나19’ 차단-방역-치료에 적극 헌신해야 한다. 그게 선거운동이다.

셋째, 언론은 자극적이고 왜곡된 보도를 삼가기 바란다. 기자들은 철저히 팩트를 확인하고 또 확인한 뒤 기사를 작성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시사평론가(패널)들은 각종 TV, 유튜브 방송에서 아무 근거도 없이 생각나는 대로 평론하는 것을 자제해주기 바란다. 방송에서의 발언은 영상으로 영원히 남는다. 팩트 체크를 토대로 한 ‘절제의 미학’을 발휘하기 바란다.  

넷째,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소상공인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IMF경제위기’에 못지않다. 국내 30대 재벌 대기업들은 대략 950조원에 달하는 사내유보금을 어려운 중소기업-소상공인 살리는 데 아낌없이 지원하기 바란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개방과 공유의 시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이 한 플랫폼에서 이익과 가치를 공유한다. 그래야 경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 ‘대기업 따로, 중소기업-소상공인 따로’는 시대착오적이고 매우 위험하다.

다섯째, 보수단체들과 노조, 그리고 종교단체들은 각종 시위와 밀집 집회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 국민의 생명이 달려 있는 문제다. 일부 보수단체들이 “야외에선 괜찮다”며 옥외집회를 강행한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오죽했으면 공기가 좋은 산속에 있는 해인사 범어사 통도사 은해사 등 영남지역 대표 사찰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찰을 폐쇄하거나 각종 법회를 금지했겠는가.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무엇인가. 극도로 밀집된 공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황금에 눈이 멀어 자연을 파괴하고 ‘바벨탑’을 세운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신(神)이 ‘나’만을 지켜줄 것이란 ‘어설픈 종교적 교만’이 확산의 비극을 양산했다는 점 또한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지도자들은 ‘자겸(自謙)의 심연(深淵)’에 들어가 시대와 자기를 바로 봐야 한다. 교만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겸손할 때 비로소 그 조직이, 그 사회가, 그 나라가 평안해진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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