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급성장으로 산업 경계 사라져…혁신적 기업 탄생 예고

지난 100년간 이동 수단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생산업체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하면서 IT 기업과 차별성이 희미해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공유경제가 활성화되면서 IT 기업들도 자동차 산업에 속속 뛰어 들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와 자동차 주변기기를 제조하는 기업을 지칭하는 자동차 산업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이동수단을 매개로 사업을 영위하는 모빌리티 산업이 새롭게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자동차와 전기·전자를 대표하는 국제 전시회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열렸던 상하이 모터쇼는 ‘신사화(新四化)’, ‘Future Travel’, ‘신에너지 자동차’를 표방했다. 자동차의 신사화는 전기화(电动化), 스마트화(智能化), 인터넷화(网联化), 공유화(共享化)로 향후 자동차(모빌리티) 산업이 IT 산업과 공존하면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상하이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Future Travel 전시 구역은 5G, 무인운전, 자동차용 사물인터넷과 관련된 기술을 선보였는데, 여기에는 화웨이(5G), 알리바바(인터넷), 커따쉰페이(인공지능), 중국이동(통신) 등 중국을 대표하는 통신과 인터넷 기업들이 참가했다. 기존의 자동차 전시회에서 탈피해 자동차와 IT 기술이 융합하는 새로운 산업의 탄생을 예고하는 행사로 진화하고 있다.

올해 초 개최된 세계 최대의 가전 쇼인 CES 2020에서는 글로벌 자동차업차들이 대거 참여해 자동차의 영역을 넘어선 새로운 개념의 모빌리티 기술을 선보였다. BMW가 CES 2020에서 내건 슬로건 ‘당신의 인식을 바꿔라(Change Your Perception)’처럼 참가한 자동차업체들은 저마다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 기술을 내놓았다.

호텔 객실과 같은 자동차(BMW), 가상현실(VR) 게임이 가능한 1인 자율주행차(토요타), 하늘을 나는 차(현대) 등으로 자동차라 불리기 힘든 미래형 ‘이동 수단(모빌리티)’들이다. 이러한 컨셉트카는 지금까지 축적된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응용한 것으로, 앞으로 글로벌 자동차업체가 향후 나가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즉, 자동차 기술과 IT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 기업으로 진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구조가 재편되면 새로운 산업에 빠르게 적응한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마련이다. 1945년 이후 자동차의 광범위한 보급과 더불어 거대 석유기업과 글로벌 자동차기업이 나왔으며, 1970~80년대에는 전자 산업의 발달로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의 전자업체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1990년대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성장한 애플, 아마존, 구글 등 인터넷 관련 IT 기업들은 현재 세계 10대 기업의 최상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모빌리티 산업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거대 기업의 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선두 기업은 세계 1위의 전기차 생산업체인 테슬라이다. 테슬라는 차세대 자동차가 요구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컴퓨터인 중앙제어장치(ICU)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전통적인 자동차 생산업체인 토요타나 폭스바겐보다 기술적으로 약 6년 정도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가치 또한 최근 급등해 GM, 포드, 현대차와 기아차를 모두 합친 것보다 커졌다. 글로벌 자동차업체 순위에서 토요타에 세계 2위 업체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테슬라도 아직까지는 모빌리티 산업의 승자로 보기에는 이르다. 글로벌 자동차 생산업체와 거대 IT 기업들이 모빌리티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속속 뛰어 들고 있으며, 스타트업도 모빌리티에 혁신적인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모빌리티 산업의 최후의 승자가 누가될 지는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힘들다. 하지만 기존의 틀에 안주하지 않는 ‘창조적 파괴자’가 미래 산업을 이끌고 나갈 것이라는 사실은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이제 우리도 전자는 삼성과 LG, 자동차는 현대차라는 고정 관념에서 탈피해야 할 때이다. 모빌리티 산업이 발전하면서 산업의 경계가 사라지는 상황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특히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커지는 모빌리티 산업은 기존의 대기업보다는 사고가 유연한 혁신적인 기업에게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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