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세계 경제 요동…패닉 빠지지 않게 노력해야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글로벌 생산 및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인해 주요 경제기관과 글로벌 금융사들은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연이어 하향 조정하고 있다.

OECD는 글로벌 경제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2.4%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에 내놓은 2.9%보다 0.5%포인트 하향 조정된 것이다. OECD의 예상대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2.4%에 그치게 된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게 될 것이다. 5대 글로벌 금융사들의 평균 예상치도 기존 3.1% 성장에서 0.2%포인트 하락한 2.9%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도 지난 8일 ‘글로벌 인사이트’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가장 비극적인 시나리오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0.1%에 그치고 미국, 유로존, 일본은 모두 마이너스 성장한다고 전망했다. 애초 BI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1%로 예상했던 점을 감안하면 전 세계 GDP의 3%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지표들은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조금씩 하락하던 국제유가는 사태의 장기화 우려와 함께 산유국간 감산 합의 실패로 대폭락했다. 9일 브랜트유는 5월물 가격은 한때 배럴 당 31.5% 떨어진 31.02 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낙폭으로는 1991년 걸프 전 이후 최대치다.

국제 유가 하락은 곧바로 개장한 아시아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일본의 닛케이225 지수는 5.07%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도 3.01% 떨어졌다. 우리나라 코스피도 각각 4.19% 하락해 유가 폭락의 충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하지만 아시아 증시의 하락은 유럽과 미국 증시 하락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이탈리아 지수는 11% 가까이 폭락했고, 런던·독일·프랑스 지수도 7% 넘게 하락했다. 세계 증시의 풍향계인 미국의 다우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7.3%, 6.9% 급락했다.

애초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3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먼저 사태가 조기 종식될 경우 경제적 피해는 제한적으로 1분기 경기 부진을 거쳐 2분기부터 회복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코로나 피해가 2~3분기까지 이어지는 상황으로, 이 경우 글로벌 경기 둔화가 3분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가 팬데믹(Pandemic·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으로 확산될 경우에는 2020년 전반에 걸쳐 글로벌 경기 침제가 발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그런데 최근 며칠 사이에 발생하고 있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보면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 및 장기화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진행되고 있다. 즉,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패닉(Panic·공황) 상태로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비관론자들은 코로나19의 충격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클 것이라 전망한다. 앤디 시에(Andy Xie) 전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가 미국과 중국의 양적완화로 구축한 세계 경제 버블을 붕괴시키는 결정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팬데믹 공포에 대해 경제가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측면도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이 입국 제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교역을 위축시키고 결국에는 장기간 경기 침체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각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관세를 높여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켰던 사례가 되풀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옛날 중국 한나라 무제(武帝) 때 환(䍺)이라는 요괴가 있었다. 환의 생김새는 코끼리와 소를 섞어 놓은 듯하며 사람의 근심과 공포를 먹으면서 몸집이 점점 커진다고 한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경제 공황은 공포감으로 인해 상황은 더욱 꼬이고 악화된다.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확산된다고 해도 경제적인 피해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나친 공포감으로 각국이 자국 이기주의에 빠지게 된다면 공황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팬데믹이 패닉으로 발전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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