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日불매운동‧코로나19 연이은 악재에 유통 ‘직격탄’
유가 급락으로 10억달러 투입한 美에틸렌 공장도 부담

▲롯데그룹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사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휘청이는 유통부문에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화학부문마저 위기다.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10억 달러를 들여 지은 미국 셰일가스 에틸렌 생산공장 역시 유가급락의 타격이 우려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과감한 베팅이 불과 1년만에 위기를 맞은 셈이다. 사진은 지난해 5월 10일 열린 미 루이지애나주 롯데케미칼 공장 준공식에 참가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왼쪽 세번째).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롯데그룹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사드, 일본 불매운동에 휘청이는 유통부문에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화학부문마저 위기다. 지난해 롯데가 10억달러를 투자한 미국 에틸렌 공장도 타격이 우려된다. 그룹의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 양 날개가 동시에 꺾인 셈이다. 형제간 경영권 다툼과 오너일가의 비리사건을 거치면서 여론도 악화됐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1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4%(1.64달러) 내린 32.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초 50달러대에서 최근 30달러선으로 급락했다. WTI는 지난 10일에는 장중 배럴당 27.3달러까지 떨어지면서 2016년 2월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더믹(대유행) 공포에 따른 원유 사용 급감 우려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 합의에 실패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급기야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가 4월 증산 계획을 밝히면서 유가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업체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정유화학업체의 정제마진과 제품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롯데케미칼에도 비상이 걸렸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매출액 15조1235억원, 영업이익 1조107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9%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43.1% 감소해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졌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42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5.4% 급감했다.

더욱이 롯데케미칼이 미국에 투자한 10억달러도 부메랑이 될 공산이 크다. 롯데는 지난해 5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 셰일가스 기반 에틸렌 생산 설비를 준공했다. 총사업비는 31억달러에 달한다. 신 회장은 최근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작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에틸렌 공장을 건설했는데 올해 10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생산능력을 연 100만톤에서 140만톤으로 40%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증권가에선 롯데케미칼에 대한 실적전망을 낮추고 있다. 최근 DB금융투자는 기존 1304억원에서 332억원으로 75% 줄였고, 메리츠종금증권은 1325억원에서 107억원으로 92% 낮췄다.

주주들도 울상이다. 롯데케미칼의 12일 종가는 전일대비 1만원(-5.41%) 떨어진 17만50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월 32만9500원 대비 반토막이 난 셈이다.

현재 유통부문도 상황도 좋지 않다. 롯데는 사드 부지 제공으로 중국에 미운털이 박혀 점포철수 등 내상을 입었고 지난해는 우리국민의 일본 불매운동에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롯데는 마트 매장 200곳을 폐쇄하는 등 고강고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황이다. 일부 계열사는 인력감축에도 나섰다.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뇌물 혐의 재판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50조원대 투자와 7만명의 일자리창출을 약속한 바 있다.

신 회장은 몸집을 줄이고 온라인사업을 강화해 유통부문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주력인 화학부문마저 휘청이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모습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기업들의 사정이 모두 비슷하지만 롯데의 경우 주력 사업이 모두 위기에 몰린 상황”이라며 “롯데가 일본기업이라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강해지고 있다는 점도 난제”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