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등 비리 반복되도 집행유예‧불구속기소
과반지분 자신감에 ‘죄 지어도 엄벌없다’는 인식 큰 듯

▲비리총수들이 잇따라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다양한 범죄혐의로 수차례 유죄를 선고받거나 재판중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여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3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개인 형사사건 변호사비용 회사 돈 대납’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고 귀가하는 조 회장.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비리혐의 재벌 회장들이 잇따라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조 회장은 횡령 등 다양한 범죄혐의로 수차례 유죄를 선고받았거나 현재 재판중이다. 이에따라 시민단체들은 조 회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하고 있지만 효성은 이번 주총에서 연임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과반수가 넘는 가족지분과 잦은 범죄에도 집행유예나 불구속 기소가 떨어지면서 비판 여론을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대림산업은 지난 12일 이사회에서 이해욱 회장이 사내이사를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그룹회장으로서 비전 실천을 위한 역할에 집중한다. 또한 대림산업은 이사회 내의 내부거래위원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구성원을 전원 사외이사로만 한정하기로 했다.

롯데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도 사내이사직을 내려놓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국정농단 뇌물 혐의로 징역2년6월에 집행유예를 받은 이후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건설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사직 과다 겸직 비판에서도 벗어날 전망이다. 마찬가지로 국정농단 뇌물 혐의로 파기환송심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번 주총에서는 이 부회장을 대신할 사내이사가 신규 선임된다.

반면 효성은 조현준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추진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부당지원과 개인 형사사건 변호사비 회사 돈 대납 사건도 있다. 조석래 명예회장과 함께 부자가 동시에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자신이 최대주주인 계열사에서만 배당을 대폭 늘렸다는 비판도 받는다.

이에따라 시민단체들은 효성이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의 연임안 자체를 상정하지 말아야한다고 비판해왔다. 기업가치에 피해를 입힌 조 회장이 사내이사로 활동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적극 행사도 촉구했다.

하지만 효성은 이런 사회적 지적과 여론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는 50%가 넘는 조 회장 일가의 탄탄한 지분율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연임안에 반대한다고 해도 원안대로 통과될 확률이 높다.

반복 비리에 대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그는 그동안 횡령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번번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또한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는 불구속기소됐다”며 “결국 ‘죄 지어도 엄벌은 없다’는 인식이 조 회장과 효성 수뇌부들에 자리잡으면서 여론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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