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위기관리 능력이 중국보다 우월
미·중 경제전쟁 ‘제2라운드’에 돌입
내부통합으로 코로나19사태 극복해야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동북아 정세가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무역전쟁에 이어 또 다른 ‘총성 없는 전투’에 돌입한 양상이다.

“워싱턴에선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가 중국과의 ‘경제적 탈동조화(economic decoupling)’를 더욱 촉진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정반대로 생각하고 있다. 베이징은 이 위기를 이용해 미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 전략을 진전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은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게 좋다.”

미국의 대외정책과 국가안보 전문가인 조쉬 로진(Josh Rogin)이 17일 워싱턴포스트의 ‘중국은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를 어떻게 유리하게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미 중 간 경제 전쟁이 ‘2라운드’에 돌입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그는 “베이징은 미래 산업을 부당하게 통제하기 위해 상황을 조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은 심각하지만 일시적인 건강 위기 때문에 중국과의 장기적인 경제경쟁을 희생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전의(戰意)를 북돋웠다.

그는 앞서 지난 3월 11일에도 ‘한국은 민주주의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칼럼에서도 “한국은 중국과 달리 수백만 인구를 억지로 집에 가두고 약자들을 노예 취급하며 정부의 조치를 비판하는 사람을 없애버리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중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독재는 위기관리에서 우월하지 않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교육(education), 투명성(transparency), 시민사회 동참(mobilizing civil society)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성공하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물론 그의 과녁이 ‘중국=독재국가’ 부각에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분리 고립 압사 전략이 깃발을 올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부는 그러나 동북아의 이런 정세변화를 정확하게 감지한 것 같지는 않다. 아직은 ‘코로나19위기와 경제위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특단의 대책과 조치들을 신속히 결정하고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며 “비상경제회의는 비상경제시국을 헤쳐 나가는 ‘경제 중대본’으로 코로나19와 전쟁하는 ‘방역 중대본’과 함께 경제와 방역에서 비상국면을 돌파하는 두 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위기=경제위기=안보위기’라는 3중위기에 대한 전략적 인식을 가져야 한다. 우선 미국이 코로나위기와 관련해 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캐나다, 영국, 일본, 유럽중앙은행, 스위스 국가은행 등과의 달러 스와핑을 통해 세계금융질서를 재편하려고 하는 그 과녁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중국의 대응전략은 무엇인지도 분석해야 한다. 동북아 국제질서, 한반도 정세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고려 역시 절실한 상황이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이 각국의 실물 경제와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점에서 G20 차원의 공동 대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청와대의 판단은 틀린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을 통해 초국경적인 협력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했습니다”는 문 대통령의 3·1절 101주년 기념사에 밝힌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협력 구상’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자칫 ‘코로나 방역의 롤모델’, ‘국제표준’ 등 국내 방역 조치에 대한 외국의 호평에 들뜬 나머지 무엇이 중요한지를 간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상’이 아닌 ‘실리’를 취할 때다. 오히려 로진이 평가했던 ‘교육’, ‘투명성’, ‘시민사회 동참’을 더욱 강화하면서 내실을 다져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증가가 멈추지 않았다. 매일 사망자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의 핵심은 ‘내부결속(국민통합)’이다. ‘내부결속’이 이뤄져야 비로소 국가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심’을 잡을 수 있다. 경제는 물론 외교적으로도 중국과 일본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미국에 휘둘리지도 않는다. 그것이 ‘중도(中道)’요 ‘중용(中庸)’이며 ‘중화(中和)’다. 여기서 ‘중’은 중간(middle)이 아니라 중심(center)이다. 따라서 정부가 ‘민심의 중심’에 있을 때 코로나19 경제 안보 위기라는 3중위기의 실체를 바로 볼 수 있다. 로진의 다음과 같은 전망(워싱턴포스트)도 현실화될 수 있다.

“한국식 대응은 비판과 검사에 열려 있기 때문에 더 강하다. 그렇게 때문에 한국의 경제상황은 공중보건과 함께 보다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에게도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The South Korean response is stronger because it is open to criticism and examination. That’s why their economic situation is likely to improve faster, along with their public health. It’s working for Moon politically, as well.)” 

정부는 ‘방역’과 ‘경제’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만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국가안보’를 챙기고 또 챙기는 전략적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얼굴이다. 지금이 대한민국이 동북아 중심국가로 비상할 수 있는 천재일우(千載一遇). ‘한반도 운전자론’을 구현할 적기(適期)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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