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손대현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2500여년 전 공자의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가이위사의(可以爲師矣) 가르침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현재를 통하여 과거와 미래의 만남이 결국 미래지향적 지속가능한 발전이 된다는 것이다. 옛것은 느리며 버릴 것이고 새것은 빠르며 배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오래 된 것에서 새 것을 찾는다는 의미가 창조(創造)의 창(창고倉 + 칼도刀), 즉 창고에 오래 된 것을 칼을 이용해 쓴다는 것이다. 한국은 절대 작은 나라(弱小國)가 아니라 문화강국(强小國)인데 서력 기원이 2009년인데 비해 우리의 연호는 4342년(1960년대 초 군사정부 이전까지 우리는 단기 연호를 사용하였음)에서도 문화의 깊이를 드러내고 있다.

왜 한국은 문화강국인가? 한국이 한국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가져야 하는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한국이 인류에 두드러지게 공헌한 것 3가지가 있는데 첫째 단군문화, 둘째 신명과 풍류도, 셋째 문자의 모국이 그것이다. 국조 단군조선시대는 임승국의 《한단고기》에 따르면 제47대 2096년간 지속된 왕조이다. 단군이 나라를 세우는 근본, 즉 건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을 민족의 구심점으로 삼았다. 이는 널리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말로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사상”으로 우리나라 헌법 제1조에 해당되며 지금도 우리의 교육철학이기도 하다. 자기만 아는 개인주의 행복은 저급만족이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추구라는 공리주의(功利主義)의 고급행복을 19C에 와서 영국의 죤 스튜어트 밀이 제창하기에 이르렀다.

홍익지혜는 혼자 가져야 소용이 없다는 나눔의 문화로써 오늘날 사업에도 ‘손님에게 이익과 혜택을 주고 또 주어라(give and give and give). 그러면 복리이자가 붙어 돌아오는 법이다. 남과 좋은 의식과 기쁨을 나누면 그 힘이 배수가 아니라 승수로 커진다’는 원리가 E = MC² 이다. M은 Mass로써 사람의 수를, C는 Consciousness로써 의식의 수로서 곱해지면 그 효과가 승수의 힘(energy)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국부론보다 17년 전에 쓰여진 애덤 스미스의 명저인《도덕감정론》에서 부의 분배를 설명하면서 자기이익을 위해 행동하되(invisible hand) 남과의 공감(sympathy)을 잃지 말라는 것도 같은 원리를 담은 철학이다.

고대 한국이 한결같이 원한 것은 서로 돕고 서로를 유익하게 하는 그래서 하늘과 땅과 인간(天·地·人)이 조화를 이루어 하나가 되는 원대한 홍익정신이 국혼(國魂)이었다. 그 홍익은 철기의 보급으로 빈부와 신분의 격차로 와해되었지만 오늘날 전세계의 재통합과 조화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대동(大同)이 강조되는 넉넉한 공동체 문화(community)가 홍익철학의 계승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풍류도, 즉 바람의 나라다. 바람을 본 사람은 없으나 그 바람은 생명, 변화, 패션과 문화예술을 일으킨다. 한국문화의 원류인 단군문화가 두텁게 깔린 풍류도는 공자의 인(仁), 불교의 자비와 기독교의 사랑 등이 공존과 융합으로 공동체를 지향하고, 풍류도의 3요소인 자연 + 예술 + 인생이 혼연일체가 된 심미적 즐거움, 신명을 누렸다. 풍류도를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낸 바람이 신바람, 즉 신명(神明)이다. 한국인의 대표적인 정서인 신명은 패기(pathos) + 논리(logos) + 신내림(ethos) = 절묘한 조화(妙合)가 될 때 비로소 신명이 나며 그 중 어느 것 하나라도 결격되면 그건 신명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패기요 열정이요 생기(生氣)라는 파토스(pathos)가 제일 먼저 나오는 것만 보아도 신명에는 파토스가 제일 중요하다.

한국은 과거 대략 931번의 외침을 받았지만 특유의 동태적 균형(dynamic equilibrium) 감각과 열정으로 이를 이겨내고, 비록 1950년에 내전으로 나라가 온통 잿더미에서 60여년 만에 세계 수출 순위 11위 국가로 경제성장을 한 것이나 2002년 월드컵 때 4강까지 진출한 성적보다 온 국민적 파토스의 거리응원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경이적인 사건이었다. 이것이 신명문화이다. 기업은 사람들의 모임이다. 경영은 거기서 벌어지는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활동이다. 기업에 신명론을 적용하여 성공한 세계 기업으로써 구글의 CEO인 에릭 슈미트, 버진 그룹의 리챠드 브랜슨,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허브 캘러허와 일본 미라이 공업의 야마다 아키오 창업주 등이 성공모델이다.

전세계에 문자 없는 나라가 수두룩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문자의 모국으로써 찬란한 기록문화의 유산을 남겼다. 한글의 언문(諺文)과 진서(眞書)를 창안하여 중국과 일본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글자에도 음양원리가 들어 있는데 전자는 양문자인 표음문자로 조어능력이 뛰어나고 후자는 음문자인 표상문자로 축약능력이 탁월하여 우리나라는 굉장한 문화혜택을 누렸다. 진서를 한자, 즉 중국 한나라에서 만들었다는 것은 일본인들이 만든 말이다. 3600여년 전의 한자는 우리 동이족의 왕조였던 은나라가 만들었으며 그 은시대는 단군 후예가 가장 발전한 전성기였다. 무릇 文化와 文明은 文字로 시작되며 문자란 미디어는 IT의 기초 인프라이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술을 발명한 것은 한국이다. 1200년대 고려시대에 금속활자가 발명되었으나 정확한 연대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충북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의 첫 출판물인《직지심경》이 1377년에 출판되었는데 유일하게 남은 그 하권 한권이 현재 프랑스국립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다. 이 책은 독일의 구텐베르크 성경 인쇄(1455년)보다 78년이 앞서는 기록이다.

그 오래된 문자 인프라에 힘입어 한국은 IT, BT, NT 산업에 약진을 보여 Samsung, LG, SK의 디지털 Cell Phone, 그린 LED의 세계적 브랜드화, 현대자동차와 우주산업 등의 각광을 받게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인간은 말과 문자를 구사하는 영혼을 가진 동물로서 결국 문자 미디어의 밀접한 관계를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은 근본적으로 아름답고 관광할 만하다. 전통과 고전은 인간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주며 따뜻하고 그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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