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증가 우려보다 재정 확대 전환 필요
착한 임대료 운동 등 민간도 적극 참여해야

23일 코스피가 또다시 6% 급락해 장중 1470대로 떨어졌다. 한국거래소는 즉각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코스피는 지난주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으로 급등했던 상승분을 반납, 그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주식·원화·채권값이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IMF경제위기를 능가하는 ‘초대형 경제위기’다.

한국경제만이 위기가 아니다. 글로벌 금융경제도 패닉 상태다. 코로나19위기에 세계 증시의 시가총액이 최근 한 달간 3경2000조원 정도가 감소했다. 국내총생산(GDP)의 17배에 달하는 규모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채는 바위처럼 단단하다는 믿음이 흔들리면 국제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진다”며 “지난주 가장 안전하다는 미국 국채시장에서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고 위기감을 표출했다. 대공황 전야와 같은 기이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금융시장 붕괴(유로존 붕괴), 생산공장 가동중단, 국가 간 봉쇄,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세계경제가 최대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세계 주요 국가가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대규모 재정지출 대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음에도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퍼펙트 스톰’은 두 개 이상의 태풍이 충돌하면 그 파괴력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현상을 말하며, 미국 뉴욕대 스턴스쿨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가 ‘초대형 경제위기’를 지칭해 만든 신조어다.

앞서 국제금융전문가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 미국 하버드대교수는 지난 19일 미국 P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위기에 대해 “전쟁, 외계인 침공과 같다(this is like a war, an alien invasion)”며 전시체제를 갖추어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단기 생산량 감소와 고용 감소 가능성이 2008년보다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장기적으로 이번 위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경제논리가 아닌 국가안보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의 경우 투자와 수출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음식업, 도소매업, 호텔업, 관광업, 항공업 등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 오죽했으면 정부도 지난 17일 ‘경제비상체제’를 선언했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비상’이란 단어만 14차례나 언급했다. ‘경제 중대본’을 통해 비상경제 시국을 헤쳐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고용 감소가 가장 큰 걱정이다. ‘실직 쓰나미’가 전 산업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두산중공업, 만도, 대한항공, 롯데호텔 등은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고, 상당수 기업들은 IMF경제위기에 준하는 구조조정 계획까지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영세 소상공인들의 경우는 더욱 처참하다. 밀린 임대료는 고사하고 생계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을 정도로 수익이 최악의 상황이다. 게다가 영세 서민들의 가계는 붕괴직전이다. ‘코로나공포’보다 ‘생계공포’로 불안에 떨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IMF경제위기 이상의 ‘퍼펙트 스톰’이 몰려오고 있는데 정부는, 기업은,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특히 정부의 정책 입안자들이 해야 할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국내 경제학도들에게 널리 애독되고 있는 ‘맨큐의 경제학’의 저자 그레고리 맨큐(N. Gregory Mankiw) 미국 하버드대교수는 지난 13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간략한 정책대안을 제시했다. 정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한 다음과 같은 그의 제안을 100%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참고할만하다.

정부의 재정정책 담당자들은 총수요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사회보험에 중점을 둬야 한다. 궁핍한 사람들에게 비상자금으로 6개월간의 생활비를 지급하라. 근로소득세 경감은 이런 상황에서 별 의미가 없다.

지금은 정부 부채 증가에 대해 걱정할 때가 아니다. 현재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을 도와주면 더 많은 국민이 집에 머물러 바이러스 확산을 줄일 수 있다. 사회보험에는 형평성뿐만 아니라 효율성도 있다. 통화정책은 유동성 유지에 중점을 둬야 한다.

대통령은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아는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만 증가되지 않으면 경제위기도 극복될 것이란 생각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관료주의를 뛰어넘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는 맨큐의 제안을 참고하되 우리 실정에 맞게 몇 가지 정책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영세 서민들에게 6개월간의 최저 생계비를 지급하라. 근로소득세 경감은 고액 연봉자들만 배불리는 정책이다. 실효성이 없다.

정부는 부채증가를 걱정하지 말고 ‘경제 중대본’을 중심으로 서민생활 안정, 소상공인 생존, 중소기업 회생을 위해 과감한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

정부의 장차관 급여 30% 반납운동은 국회의원, 대기업 간부, 금융 회계 법률 의료분야 전문직 등 고액연봉자들의 급여 30% 반납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물론 그 돈은 남김없이 영세 서민들의 생계비로 지급돼야 한다.

건물주들은 자발적으로 ‘착한 임대료운동’을 전개하기 바란다. 세입자들의 영업이 극도로 어려우면 임대료 수금을 일정기간 유예하기 바란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이해 국민들만 ‘퍼펙트 스톰’을 걱정(憂)하고 근심(患)하고 있으면 곤란하다. 이럴 때일수록 위정자들은 ‘우환의식’을 가져야 한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우환흥방(憂患興邦)’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환의식’이 나라를 흥하게 한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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