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 파벌 등 좌고우면 말고 오직 국가와 국민 생각해야

코로나19로 인해 1118명의 4‧15총선 후보들이 선거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후보들의 SNS만 불을 뿜어대고 있을 뿐이다. 후보들은 답답할 것이다. 답답할수록 자신을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

후보들에게 딱 한 마디만 하겠다. “윤집기중(允執其中)”. “진실로 그 중(中)을 잡아라”는 뜻이다. 이는 요(堯)임금이 순(舜)임금에게 왕의 자리를 물려주며 당부한 말의 핵심이다. 정치의 요체다. ‘논어 요왈’ 편 첫 구절에 나온다.

‘중(中)’이란 무엇인가. 갑골문에서 ‘중’은 사방의 중앙에 꽂은 깃발 형상의 문자다. 공자의 손자 자사는 ‘중용(中庸)’에서 “중(中)은 희노애락의 정(情)이 일어나지 않는 본성의 자리”라고 했다. 그래서 ‘중’은 시간과 공간의 중간(middle)이 아니라 우주의 중심(center)이다. 한낮(정오)이 되면 태양이 비쳐도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것과 같은 천 지 인이 하나가 된 적연부동(寂然不動)의 자리다. 갈등과 반목, 대립과 다툼이 없는 평화의 세계다. 여야가 없고, 보수와 진보가 없다. 오직 거대한 ‘민심의 덩어리’가 하나로 존재할 뿐이다.

코로나19의 위기상황에서 무조건 상대후보를 공격하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자살행위다. 특히 근거 없는 가짜뉴스를 SNS에 올려 상대후보를 비열하게 음해하는 선거운동은 ‘패배로 가는 지름길’이다. 지금은 표심의 외곽을 때리는 시대가 아니다. 곧바로 ‘중(민심의 한 복판)’으로 들어가야 한다.

‘중’의 선거운동은 ‘삼무(三無)’를 전제한다. 첫째, 권력에 대한 탐욕이 없어야 한다. 권력을 행사해 돈을 벌려는 탐심부터 버려야 한다. 국회의원은 연봉 1억4000만원, 1년 지원비 1억원을 받는 ‘일자리’가 아니다. 따라서 오직 ‘국민을 위한 헌법기관’이 되려는 자세로 선거운동에 임하기 바란다.

둘째, 명예에 대한 탐욕이 없어야 한다. 금배지만 달면 비서진 9명의 비서진을 거느리고 국회발언과 표결에서의 면책특권과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이 있으며, 해외여행 등 모두 200여개의 특권을 지닌다. 당선된 뒤 3개월만 지나면 목에 힘이 들어간다. 지금 선거운동 기간에 이 모든 것을 내려놓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길거리에 서서 90도로 인사하는 자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바란다.

셋째, 천박한 파벌의식이 없어야 한다. 이번 선거운동을 하면서 ‘친문’, ‘친황’의 파벌의식을 버리기 바란다. 버리지 못하면 영원히 ‘정치양아치’, ‘정치똘마니’로 전락한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친문’, ‘친황’이라니 말이 되는가. 당파가 있다면 ‘친국(親國)’과 ‘친민(親民)’만 있을 뿐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1118명의 4 ‧15총선 후보들은 이번 선거에서 ‘진실로 그 중을 잡으라’. 최상용 고려대명예교수는 ‘중용의 정치사상’에서 그 ‘중’을 정치학적으로 잘 풀이했다. 특히 그는 정치리더십의 핵심 개념으로 제시한 ‘역설적 중용(paradoxical moderation)’을 이렇게 설명했다. “역설적 중용은 선악이분법 또는 이율배반과 같은 제로섬(zero-sum)적 상황에서도 상대를 과감히 인정하고 때로는 양보의 이니셔티브를 선택하는 정치지도자의 자질로서 정치언어의 참다운 의미에서의 타협, 즉 통합의 예술(art to integration)이라고 말할 수 있다.” 후보들이여, ‘진실로 그 중을 잡으라’.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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