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불확실성 높아 한·일 통화스와프도 복구해야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각국 증시가 무너져 내리고, 이로 인한 장기적인 경제공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더해지면서 달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이 사상 최대 규모의 주식을 매도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속도로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고 있어 금융권과 기업의 달러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외국인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증시는 하락하게 된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200일 때 한 외국인이 100만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여 한국 중시에 12억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하자. 여기서 환율이 1300원이 된다면 외국인 투자자는 주가의 변동이 없이 가만히 앉아서 100원을 손해 보게 되는 것이다. 즉, 투자한 12억원을 다시 달러로 환전할 시 100만달러가 약 92만3000달러로 줄어들게 된다.

이같이 환율이 계속해서 상승하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는 미국과 같은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보유 주식을 대량으로 처분하기 때문에 주식 시장이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에 달러가 들어오는 속도보다 나가는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시중에서는 달러 부족 현상을 겪게 된다. 기업이 생산 활동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원자재 구매 등의 목적으로 달러를 필요로 하지만, 달러 유동성이 부족하게 되면 금융권에서 달러를 제대로 공급을 못하게 되거나 비싼 가격으로 공급하게 되므로 기업으로서는 이중의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요즘과 같이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정부는 환율을 안정시키고 부족한 달러를 공급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한국은행이 외환보유고에 비축한 달러를 시장에 풀어 환율을 낮추는 것이다. 외환보유고는 한국은행이 달러를 비롯한 외화를 보관하는 곳으로, 수출 기업들이 벌어들인 외화를 원화로 환전해주고 비축한 외화자금이다. 외환보유고는 최소한 3개월의 수·출입액에 해당하는 달러를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월 수출입 합계는 784.1억 달러로 3개월 합계액인 약 2400억달러가 최소한 확보해야 할 외환보유액이 된다.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는 2월 말 기준 4091.7억달러에 달한다. 이중에서 즉시 달러로 바꿀 수 있는 예치금(6.6%), SDR(0.8%), IMF 포지션(0.7%), 금(1.2%) 및 미재무부채권(약 40%)이 전체 외환보유고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즉시 공급 가능한 유동성을 약 2000억달러 정도로, 환율 문제가 발생해도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 가능성이 높고 외환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현 시점에서 섣불리 외환보유고를 풀었다가는 환율 안정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하고 비축한 외화만 낭비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요즘과 같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주요국들과 통화스와프 체결을 통해 충분한 외화를 확보하는 방안이 시급하다.

통화스와프는 두 국가가 현재의 환율에 따라 자국의 통화를 상대국 통화로 맞교환하고, 일정한 기간이 지난 후 최초 계약 때 정한 환율로 원금을 재교한하는 방식이다. 통화스와프를 맺게 되면 급할 때 부족한 외화를 쉽게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최근 6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합의 소식이 전해진 후 원달러 환율은 안정세를 보였고 주가도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한·미 통화스와프로 외환보유고의 부담이 줄어든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중에 달러를 공급하기로 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 600억달러 가운데 1차분인 120억달러를 한국은행이 국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외화 대출 경쟁 입찰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한은이 직접 달러 공급에 나서면서 달러 자금 부족 현상은 당분간 안정세를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3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부터 부족한 달러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시중은행들이 비싼 이자 비용을 들여 국제금융시장을 통해 달러를 조달해 오던 어려움이 해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체결된 한·미 통화스와프가 불안한 외환시장에서 단기간의 효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촉발한 실물 경제의 위기가 지속되는 한 글로벌 달러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 국제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불안감은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미국의 기업부채 시장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발 신용 리스크’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4000억달러와 캐나다 등 7개국과 통화스와프를 통해 ‘1300억달러+알파(캐나다 무제한 한도)’, 그리고 이번에 미국과 체결한 600억달러를 합하면 공급 가능한 달러는 6000억달러가 넘어 당분간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제가 장기화 되고 미국 기업들의 상황이 악화되어 글로벌 달러 사재기가 가속된다면 현재 확보한 외화로 안심할 수만은 없다. 당장 2015년 종료된 한·일 통화스와프를 복구하는 카드를 서둘러 꺼내 들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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