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 악재에 은행들 올해 실적 눈높이 낮춰
이자이익 타격…영세중소기업 부실 확대 가능성
부동산 침체로 은행 신용창출 능력 악화할 수도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부동산시장 침체와 영세중소기업·자영업자대출 부실, 초저금리 기조에 따른 예대마진 하락 등 악재가 쏟아지면서 은행권의 올해 실적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은행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 우려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데다 국내 기준금리도 0%대에 진입하면서 예대마진을 기반으로 한 은행업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역대급 실적경신 행진을 이어왔던 은행권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부동산시장 침체와 예대마진 축소, 영세중소기업·자영업자의 대출부실 등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면서 올해 실적목표 달성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11조278억원으로 전년(10조5200억원)대비 4.8% 늘었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부동산 규제 등 어려운 경제여건에서도 4대 금융지주는 일제히 호실적을 냈다. 

신한·KB금융은 각각 3조4035억원, 3조3118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하나금융의 순익은 2조4084억원으로 지주 체제 전환 후 최대치를 달성했다. 우리금융 순익은 1조9041억원으로 지주 체제 전환에 따른 회계상의 순익 감소분(1344억원)을 더하면 우리은행 시절을 포함해 경상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들 금융지주의 순익 증가는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이 늘고 비은행 계열사, 글로벌 부문의 기여도 개선 영향도 있지만, 여전히 수익의 상당 부분을 떠받치는 것은 이자이익이다. 금융지주 전체 영업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60∼80%에 이른다.

하지만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4분기 NIM은 1.46%로 전분기보다 7bp 낮아졌고, 국민은행(1.61%)은 6bp 떨어졌다. 하나은행(1.41%)과 우리은행(1.37%)도 전분기 대비 각각 6bp, 3bp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3월 기준금리를 연 0.75%로 0.5%포인트 전격 인하하면서 역대 최초로 '제로금리(0%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은행권의 NIM 추가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기준금리가 한 차례(0.25포인트) 인하될 경우 연간 500억∼600억원의 이자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8개 은행지주회사의 연결 순익이 23% 감소할 전망"이라며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한 비이자수익의 급감, 자산건전성 악화와 대손비용 증가, NIM의 축소, 대출증가율 둔화 등이 이익 감소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빚을 못 갚는 채무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은행의 신용창출 능력도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침체로 경매시장의 낙찰가율이 하락하면 은행 대출여력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대출 시스템은 소득(DSR)과 원리금분할상환 중심이 아니라 자산가격(LTV), 이자상환 중심"이라며 "따라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할 경우 실물경제 악화보다 은행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은행 위기로 확산되지 않기 위해선 가격 부양책보다 거래량 감소를 차단, 시장 기능을 유지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고 대출을 늘리는 임시방편책보다 공매제도 도입, 주택 매입후 임대 확대 등 거래 활성화를 유도해 한계 채무자의 채무 구조조정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이 더 유효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자산건선성 관리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난 심화에 따른 대출 부실 등으로 은행들의 건전성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1%로 전월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 이중 중소기업대출 연체율(0.54%)은 0.09%포인트,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0.33%)은 0.04%포인트씩 각각 올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로, 사태가 본격화한 2~3월 부실대출 확대로 은행권의 연체율은 대폭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0%대까지 떨어지면서 가장 큰 수익원인 예대마진 축소가 불가피해 실적 눈높이를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DLF·라임펀드 사태에 이어 코로나19까지 악재가 속출하면서 올해 실적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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