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반 금융거래 플랫폼 속속 도입
통화 넘쳐나면서 가상화폐 인식 변화 주목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국민 고통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참 뛰어놀아야할 아이들은 집안에 갇히고 손님이 사라진 자영업자들은 한숨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서민이나 취약계층의 타격은 더욱 심해 양극화의 민낯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수출에 비상이 걸린 기업도 신음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일본마저 뒤늦게 위기상황을 실토하고 국경을 아예 걸어잠궈버리면서 앞서 중국 부품조달 차질 같은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다른나라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각국은 막대한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미국은 2600조원, 독일은 1300조원, 일본 620조원대의 천문학적인 돈을 풀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미 그동안 돈을 풀어 경제를 지탱해온 상황에서 어지간한 대책으론 이번 위기를 넘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100조원대 부양책으로 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유동성을 지원하고 가계 소득보전과 소비진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긴급 재난 지원금(긴급생계비)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중 하나로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가 선택되면서 블록체인 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주목됩니다. 그동안 지역화폐는 캐쉬백 등 각종 혜택과 대대적인 홍보에도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았습니다. 신용카드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사용처가 빈약하고 사람들의 현금 선호가 걸림돌이 됐습니다. 높은 할인율로 속칭 ‘깡’으로 악용되거나 돈 많은 부자들에 혜택이 쏠린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동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던 성남시장이 역풍을 맞고 코로나19 확산 초기 제로페이 사용을 권장했던 서울시장이 비판을 받았던 상황이 반전된 셈입니다.

지자체들은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디에 쓰는지 모르는 현금과는 다르게 블록체인 지역화폐는 그 용처를 지정하거나 알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번에 지급될 대부분의 지역화폐는 사용기간이 정해져있습니다. 빚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가계 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지급된 혈세가 이자 갚는데 쓰이고 실물경제에는 도움 안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블록체인 바람은 대기업들이 주도해왔습니다. 스마트폰에 가상자산 지갑이 들어가고 다양한 기업에서 블록체인을 적용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습니다. 한때 게임사업 매각을 검토했던 김정주 NXC 대표는 코빗, 비트스템프을 잇따라 인수하고 최근엔 가상자산(암호화폐) 트레이딩 플랫폼 개발회사까지 설립했습니다. 과거 절친 김택진 대표의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로 누구보다 수익성에 대한 애착이 큰 것으로 평가되는 그의 행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합니다.

금융권도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적극적입니다. 현재 국내 은행들은 고객 인증과정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고 금융거래에 특화된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효율성과 비용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 자격 검증시스템을 도입해 그동안 서류 확인에만 수 일이 걸리고 복잡한 절차로 고객 불편이 컸던 대출 증명서류 검증 과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고객 만족도를 높였습니다. 신한은행은 금리파생상품, 수출통관 등 다양한 서비스에 블록체인을 적용했으며 일본 SBI와 미국 리플의 합작사인 'SBI 리플 아시아‘의 해외 송금 서비스 프로젝트와 세계 최대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CEV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KEB하나은행은 기술보증기금, 코스콤과 블록체인 기반의 '비상장주식 마켓 플랫폼(Be My Unicorn)’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중소·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보유 특허기술 등 지식재산을 담보로 자금조달이 한층 용이해질 전망입니다. 또한 하나은행은 금융거래에 특화된 프라이빗 블록체인 플랫폼 ‘원큐렛저’를 개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VIP 고객 증명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위조변조가 불가능한 이 증명서를 받으면 평소 이용하지 않던 면세점이나 백화점에서도 바로 VIP 대우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카카오의 블록체인 전문회사인 그라운드X와 손을잡고 '기업 간 결제자금 전용 토큰 서비스' 와 '중소기업 사업 지원을 위한 바우처 토큰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KB금융은 블록체인 디지털자산 보호기술업체인 아톰릭스랩과 손을 잡고 디지털자산관리 서비스 등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있으며, 최근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할 수 있는 ‘KBDAC’의 상표권을 출원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블록체인 전문가 영입과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 사용까지 늘어날 예정입니다. 가치와 데이터의 수평적 공유와 투명성 등 탈중앙화의 의미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블록체인과 실생활이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이를 계기로 과거 투기로 각인됐던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생태계에 대한 국민 인식에도 변화가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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