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근절하겠다고 했지만 차은택에 일감몰아줘
구현모 범죄혐의 소명되면 중도하차…리스크 커져

▲황창규 전 회장에 이어 구현모 신임 KT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외풍 차단’을 강조했다. 하지만 황 전 회장은 차은택에게 일감을 몰아줘 문제가 됐고, 구 회장도 불법로비 혐의로 CEO리스크가 커진 상태라 이런 약속이 지켜질 지 주목된다. 사진은 2017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경제포럼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황 전 회장과 구현모 당시 비서실장(신임 KT 대표)이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출처 : KT.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황창규 전 회장에 이어 구현모 신임 KT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외풍 차단’을 강조했다. KT가 민영화된 이후에도 정권 교체때마다 회장이 중도 퇴진했던 흑역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이지만 이미 황 전 회장이 두 번이나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쳤고 그 역시 정상적 절차대로 대표로 선임된 상황에서 외풍을 언급한 특별한 배경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표가 나온다. 일각에선 불법로비 혐의로 법적 리크스가 커진 상황에서 자리에 대한 논란을 차단키 위한 포석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KT는 지난달 3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현모 대표를 선임했다. 구 대표는 주총이후 사내 방송 발표 취임사에서 "KT그룹을 외풍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기업, 국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국민 기업, 매출과 이익이 쑥쑥 자라는 기업, 임직원이 자랑스러워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고객 경영과 혁신,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5G 등 신사업에 대한 노력도 강조했다.

구 대표는 개정된 KT 정관에 따라 3단계 평가를 거쳐 내부 승진했다. 또 새롭게 꾸려진 사외이사진에는 전문성이 강조된 인물들이 채워졌다. 이에따라 KT는 민영화 이후 반복됐던 ‘낙하산 논란’을 종식시켰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런데도 구 대표는 외풍 차단을 강조했다.

KT '잔혹사' 재발방지와 본업에 충실하겠단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취임일성으로 ‘외풍과 낙하산 근절’을 외쳤던 황 전 회장 역시 국정농단 세력인 차은택 측 인사 채용과 일감몰아주기 의혹으로 낙하산 논란이 재현됐다는 점에서 그의 각오는 더욱 단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구 대표가 보여줄 KT의 앞날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반대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경찰은 황 회장의 불법로비 사건에 연루된 그의 혐의를 인정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황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자사 대관부서 CR부문을 통해 제 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약 4억37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댄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KT는 중대한 범죄 사실이 인정되면 사퇴한다는 조건을 달아 구 대표를 CEO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이 된다면 외풍이 아니라 범죄행위로 물러나게 되는 셈이다. 다만 재판에 수년이 걸릴 수 있어 불법에도 임기를 끝까지 마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KT새노조는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해왔다. KT새노조는 최근에도 ▲불확실성이 큰 구 대표를 후보로 추천한 이유 ▲이사회가 정한 사퇴 조건 주주 공개 ▲범죄 사실 소명될 경우 대책 등에 대한 답변을 회사 측에 촉구한 바 있다.

노조는 구 대표와 황 전 회장의 연관성도 깊게 보고 있다. KT새노조는 앞서 황 전 회장을 배임혐의로 고발하면서 “차은택 등이 KT 회장에게 채용 등 강요한 것이 무죄라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황창규 회장의 거짓말이 드러났다"며 “황 회장이 스스로 자신의 연임 등의 목적을 위해 정치적 줄대기를 위해 ‘국정농단’에 부역한 것이 사실이라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시 KT 비서실장이 바로 구현모 사장”이라며 “우리는 황 회장이 구 사장을 차기 후보로 선정한 배경에는 이번 사건을 비롯한 불법정치자금 사건 등 두 사람이 공동으로 연루된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울지 몰라도 KT를 대표할 수 있는 정통성에 대한 측면에선 내부의 물음표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편, 구 대표는 2014년 황 회장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승승장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 대표는 지난 2015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다시 2년만에 2017년 사장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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