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슈 매몰…대선 출마가능성 없는 후보도 부각
트럼프·아베 지지율 되레 상승…국민 안위 최우선 둬야

최근 들어 전 세계의 모든 이슈는 코로나19에 매몰돼 있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정치든 경제든 사회문제든 코로나19와 관련이 없으면 어떤 것도 이슈가 되지 못할 정도다. 가장 큰 이슈는 역시 정치와 연결돼 있는데, 눈에 띄는 점은 정치의 가벼움이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부터 그렇다. 최근 미국의 한 언론은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일약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며, 반(反)트럼프 진영 일각에서 '쿠오모 대망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쿠오모를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정해 공화당 후보인 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 맞서자는 말이다.

이는 뉴욕 주가 미국 내에서 코로나19 최대 집중발병 지역으로 떠오르자 역설적이게도 쿠오모 주지사가 민주당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실제로 코로나19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일일 브리핑과 쿠오모 주지사의 일일 브리핑이 비교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곤 한다.

쿠오모 주지사가 트럼프 대항마로 거론되는 또 다른 이유는 코로나19 여파로 대선 레이스 자체가 실종되다시피 하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방송사들이 바이든 전 부통령의 연설을 대신 쿠오모 주지사의 브리핑을 생중계하는 일도 있었다.

문제는 쿠오모 주지사가 공식적으로 대선 후보가 될 확률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쿠오모가 처음부터 민주당 대선 레이스에 참가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되기는 했지만 민주당내 경선에서 바이든이 대의원 확보에서 확고한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오모 대망론’이 일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의 가벼움이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가볍게 움직이는 이유는 코로나19 정국 속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 민주당 내 경선이 한창이던 당시 지지율에서 바이든에 7% 포인트나 뒤지던 트럼프는 최근 양자 간의 가상대결에서 45%의 지지율로 47%를 얻은 바이든 전 부통령을 오차범위 내에서 바짝 뒤쫓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한 부실 대응 논란 속에서도 지지율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보니 민주당 지지자들의 위기감이 더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치권만 가벼운 건 아니다. 한때 23%까지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도 큰 폭으로 올라 46%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역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에 대한 초기 대처에서 프랑스 정부의 잘못이 적지 않다는 비판론이 커지고 있음에도 대통령 지지율은 오히려 오르는 기현상에 대해 정치가 가벼워졌기 때문이라는 이유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일본 정치의 가벼움은 더 심하다. 한때 추락하던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코로나 19 국면에서 회복되면서 일본 내에서는 아베의 12년 집권 시나리오가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자민당 총재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9월 이후에도 아베 총리가 경선을 통해 다시 총재직을 맡을 수 있도록 당 규칙을 바꾸자는 내용이다. 현재 3연임까지만 가능하도록 규정한 규칙을 바꿔 아베 총리에게 4연임의 기회를 열어 주자는 것이다. 당의 규정이 이렇게 쉽게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워서야.

한국이라고 정치가 가볍지 않을 리 없다. 무엇보다 총선을 얼마 남겨놓고 있지 않은 한국의 정치권은 코로나19 사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또는 그 대처 방식이 잘된 것인지를 따지기보다는 정파의 유불리만 따지는 상황이다.

정치가 무거울 필요는 없고, 그래야 할 당위성도 없긴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아 각국 정치권이 보여주고 있는 가벼움이 왠지 올바르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건 필자만의 노파심 때문일까.

곽영완 국제·역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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