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안 올린다더니 요금체계 개편 ‘꼼수’ 인상
소상공인 반발에 이어 정치권 “독과점 심각” 비판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의 수수료제 변경을 놓고 소상공인들은 ‘일방적인 인상’이라며 반발하고 정치권은 독과점의 폐해라며 비판하고 있다. 여론이 악화되면서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중인 배달의민족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 심사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의 수수료제 변경을 놓고 독과점 논란이 거세다. ‘꼼수인상’이라는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정치권도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 주목된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일 배달의민족 주문 성사 시 5.8%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오픈서비스' 요금 체계를 발표했다. 이는 8만8000원의 월정액 광고인 '울트라콜' 중심의 기존 요금체계를 매출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정률제로 변경한 것이다.

이번 요금제 개편에 대해 우아한형제들은 전체 입점 업소의 52.8%, 배달의민족 월매출 기준으로는 465만원 이하의 업체가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연 매출 30억원 이상인 대형 업소 중에서도 45%가량이 수수료 부담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변경으로 특정 업체가 주문을 독식하는 '깃발꽂기'도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일방적인 요금 인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금액에 제한이 있는 정액제와 비교해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기하급수로 증가하는 정률제는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바뀐 수수료 정책으로 기존보다 적은 수수료를 내는 경우는 월 매출 155만원 이하의 점포"라며 "이는 일 매출 5만원에 불과한 것이어서 대부분의 소상공인은 사실상 엄청난 폭의 인상을 감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조사도 촉구했다.

이번 개편이 수익성과 연관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80% 급증한 5654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매출액 495억원 대비 11배 이상 고속 성장했다. 이는 온라인 주문 시장이 급성장한 결과다. 하지만 광고ㆍ마케팅비, 라이더 프로모션비 지출이 늘면서 영업이익은 4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집안 주문이 급증한 상황에서 수수료 개편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전략 아니냐는 것이다.

정치권도 들끓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번 우아한형제들의 수수료 변경이 독과점의 횡포라고 비판하고, 공공 배달앱을 개발해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 글에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극심한 이때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 업체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 이용료 인상으로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며 자영업자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어지럽히는 독점과 힘의 횡포를 억제하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만이 아니라 지방정부를 포함한 모든 정부기관의 책무"라며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이를 기다리지 않고 공공앱 개발 등 지금 당장 경기도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군산시는 공공배달앱 ‘배달의 명수’를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경기 수원정 후보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낮춘 '더불어앱' 출시를 공약으로 내놓고, 다른 여권 인사들은 중소유통상인 보호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겠다는 약속했다.

현재 공정위는 독일 딜리버리히어의 우아한형제들 인수에 따른 기업결합심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배달앱 2위 요기요도 운영 중이다. 국내 배달앱 1위와 2위 모두 독일회사에 넘어간 셈이다. 이미 독과점 논란이 뜨거운 상황에서 이번 수수료 꼼수인상까지 더해지면서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한편, 논란이 거세지면서 배달의민족은 이날 김범준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코로나19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새 요금제인 오픈서비스의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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