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회장, SPC삼립 주식 장남에 40만주 증여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에게 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 주식을 물려주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승계 작업이 빨라질 가능성이 주목된다. 허 부사장이 지난 2018년 물러났던 사내이사 자리에 복귀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오너일가의 사내이사 등재는 책임경영의 필수요건으로 통한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허영인 SPC 회장은 이날 장남 허진수 부사장에게 SPC삼립 보통주 40만주를 증여했다. 이에 따라 허 회장의 지분율은 9.27%에서 4.64%로 줄었고, 허 부사장의 지분율은 11.68%에서 16.31%로 늘었다. 허 부사장의 간판기업 SPC삼립에 대한 지배력도 그만큼 확장됐다. SPC삼립의 최대주주는 파리크라상(지분율 40.66%)이다.

이번 증여는 SPC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되어 있다. 그동안 허 회장은 허진수‧희수 두 아들에게 동시에 경영 기회를 주면서 경쟁에 따른 서너지를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 SPC삼립 지분은 장남에게로 가게 됐다.

이에따라 허 회장이 보유 중인 파리크라상이나 비알코리아, 샤니 등의 지분 역시 허 부사장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기준 사실상의 지주사 파리크라상의 오너일가 지분은 허 회장(63.5%), 허진수(20.2%), 허희수(12.7%), 허 회장의 부인 이미향(3.6%) 등이다.

SPC그룹의 유력 후계자로 급부상한 허 부사장은 지난 2005년 SPC 계열의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한 뒤 전략기획실과 연구개발(R&D), 글로벌 사업 등 업무를 수행해왔다. 특히 파리바게뜨가 해외 매장을 확대하는 데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PC그룹은 미국·중국·프랑스·싱가포르·베트남 등 5개국에 400여 개 해외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실적 여건도 양호하다. SPC삼립의 경우 신제품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달 출시된 ‘펭수빵’은 출시 2주 만에 100만개 판매를 돌파했으며, 지난해 5월 론칭한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미각제빵소'는 7개월 만에 1000만개를 돌파하는 등 매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외식 시장이 축소되고 간편식 시장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간편식 브랜드 '삼립잇츠’의 성장세도 주목된다.

온라인사업도 팽창하고 있다. 파리바게뜨와 던킨은 통합 배달 앱인 ‘해피오더 앱’을 통해 배달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으며 할인혜택을 볼 수 있는 배달 전용 패키지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배달 채널도 ‘요기요’, ‘배달의 민족’ 등 배달앱과 카카오, 쿠팡 등으로 확대 중이다.

코로나19 공포로 무너진 주가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SPC삼립 주가는 최근 저점인 4만원대에서 이날 6만6000대까지 회복했다. 단기 상승분만 50%가 넘는다.

허 부사장의 입지가 강화되면서 그의 사내이사 복귀 가능성도 주목된다. 허 회장 일가는 지난 2018년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내이사에서 동반 사퇴했다.

SPC그룹의 한 관계자는 "승계와 무관한 증여"라며 "사내이사 복귀 여부도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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