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 열려...산업구조 개편도 염두에 둬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주요 선진국은 물론이고 멕시코, 브라질과 같은 신흥국들의 1~2분기 GDP 성장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영국의 경제 연구 전문 기관인 캐피탈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GDP 성장률이 –3.3%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전 전망치인 2.8%에 비해 –5.8% 더 떨어진 수치이다.

세계적 규모의 경제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일각에서는 ‘경제위기 10년 주기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말 그대로 10년에 한 번씩 경제위기 혹은 초대형 금융위기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경제는 196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약 10년 주기로 위기를 맞고 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는 20년 호황국면 끝에 1960년대 말 위기를 맞게 된다. 미국의 누적된 무역적자로 인해 브레튼 우즈 체제가 크게 흔들렸다. 또한 미국에서 일어난 반전운동과 전 유럽을 뒤덮은 학생운동과 노동자 파업의 영향으로 선진국 전체 경제가 위축됐다. 1969~1971년 시기를 거치면서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래이션(stagflation)’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1979년에는 제 2차 석유파동으로 세계 경제가 또 다시 깊은 불황에 빠졌으며 기축통화인 달러의 위상이 추락하는 위기를 맞게 된다. 이후 1987년 블랙먼데이부터 1998년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촉발한 세계적 규모의 금융위기가 있었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까지 지난 60년간 매 10년 주기로 대규모 경제위기가 찾아오고 있는 셈이다.

이 정도면 ‘경제위기 10년 주기설’이 근거가 있는 주장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이론은 경제학에는 없다. 그리고 10년 주기설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도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연하게 세계 경제가 약 10년 주기로 위기를 맞게 되었을 뿐이다. 10년을 주기로 위기가 오게 되는지에 대한 인과관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경제위기 10년 주기설’은 하나의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10년마다 출현한 경제위기 사이에 연결고리는 없지만 시장 경제 체제에서 어떠한 요인에 의해 경기가 상승 국면과 하강 국면을 주기적으로 반복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을 데이터화하고 이론적으로 정리한 것이 사이클 이론인데, 순환과 반복되는 기간에 따라 단기, 중기, 장기 사이클로 구분된다. 대표적으로 키친 사이클(단기), 주글라와 구즈네츠 사이클(중기), 콘드라티에프 사이클(장기) 등이 있다.

키친 사이클은 조세프 키친이 미국과 영국의 어음 교환액, 도매물가, 이자율 변동을 분석하여 40개월을 주기로 하는 단기 순환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중기 사이클에 해당하는 주글라 사이클은 1803~1882년 사이의 가격, 이자율, 금 가격, 중앙은행 잔고 등을 분석하여 경기순환이 6~10년 정도의 주기를 두고 반복된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중기 사이클인 쿠즈네츠 사이클은 설비투자의 변동에 따라 경기가 20년 주기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한다는 이론이다.

구(舊) 소련의 경제학자 콘드라티에프는 1922년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의 물가, 이자율, 임금, 생산량 등의 지수가 50~60년 주기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장기 사이클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후 슘페터는 콘드라티에프 장기 사이클 이론을 보완해, 경기 순환 발생 원인으로 ‘기술 혁신’에 주목하고 있다. 즉, 경제 전체에 파급 효과가 큰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 관련 산업을 활성화 시켜 나가면서 장기 사이클의 상승 국면을 이끌고, 새로운 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감소해 나가면서 하강기에 접어든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콘드라티에프 사이클은 앞서 언급한 단기와 중기 사이클과는 달리 경기 순환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와 경제체제의 변혁을 수반한다.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면서 관련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이에 따른 고용 구조와 사회 구성원의 생활양식도 변화하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19 이후 변화할 사회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파이낸셜 타임즈 기고에서 “폭풍이 지나가고 인류는 살아남을 것이고, 우리들 대부분은 여전히 살아있을 것이지만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세계에 살게 될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어떻게 변화할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지금과는 확실하게 다를 것이라는 데에는 전 세계 많은 석학들이 동의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

업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이 향후 변화할 경제·사회 구조의 변화 속도를 가속화시켜 나가면서 장기 사이클의 하강 국면을 견인할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 잡아 갈 것은 분명하다.

당장 눈앞에 닥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양적 완화와 같은 단기적인 정책 수단을 가동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세계사적인 사회·경제 구조의 변화 흐름을 읽어 내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원호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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