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앞서 당권 도전 고민…무리두지 않고 뚜벅이 행보할 듯

이낙연 당선자의 2022년 대권가도에 파란불이 켜졌다. 4 15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대승을 거뒀고, 자신도 ‘정치1번지’ 서울 종로에서 큰 표차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는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진두지휘함으로써 국회 전체의석(300석)의 5분의 3에 해당하는 180석 확보라는 기록적인 ‘민주당 압승’을 견인했고, 자신도 종로에서 58.3%를 득표해 39.9%를 얻은 미래통합당의 유력대선주자인 황교안 대표를 20%포인트 가까운 표차로 앞서며 당선된 것이다.

무엇보다 이 당선자가 얻은 값진 성과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 차기 대권의 디딤돌인 당내 세력화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전국을 순회하며 후보들을 지원함으로써 ‘호남 정치인’ 이미지를 탈색시켰고 적지 않은 ‘우군’을 확보했다. 동시에 38명에 달하는 민주당 후보들의 후원회장을 맡아 확고한 당내 지지기반을 구축한 것이다.

그러나 이 당선자의 참모들은 고민이 많다. ‘선(先)당권-후(後)대권이냐’, ‘오직 대권행보냐’를 놓고 총선기간 내내 토론했으나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둘 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이 당선자와의 깊숙한 논의를 통해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선당권-후대권’의 경우, 2020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당선된다고 해도 ‘6개월 당대표’가 부담이다. 당헌 제25조 ②항의 ‘당대표 및 최고위원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때에는 대통령선거일 전 1년까지 사퇴하여야 하고’라는 규정에 따라 2021년 3월 8일까지 당대표를 사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기대선일은 2022년 3월 9일이다. 실제로도 ‘6개월 당대표’는 당내 기반구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너무나 임기가 짧다. 자칫 당 대표 경선과정에서 당내 ‘반이(反李)세력’만을 양산할 수 있다.

‘오직 대권행보’의 경우, 당대표 경선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당내 지지기반 구축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정치는 생물’이어서 언제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 게다가 차기 당대표와 호흡이 맞지 않을 경우 사사건건 견제를 받아 당내 조직을 강화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대권후보경선에서 고전할 수 있다. 더욱이 차기 당대표가 대권주자라면 더욱 힘들어진다. ‘당권 없는 대권’은 위험하다는 판단에서 참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래서 제3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방안이 ‘친문(親文)과의 연대’다. 즉, ‘당권=친문, 대권=이낙연’이라는 ‘당권-대권분리론’에 따라 권력을 나누는 방안이다. 그림은 그럴듯하지만 ‘친문’이 호락호락 이 당선자의 손을 들어줄지 의문이다. ‘친문’ 일각에선 ‘친문’도 자체적으로 대권주자를 내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결국 이 방안의 키는 ‘문심(文心)’이 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문심’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조기 레임덕을 차단하기 위해 ‘엄정 중립’, ‘공정 경쟁’이란 애드벌룬만 띄울 가능성이 높다. 

벌써 민주당 일부 당직자들은 ‘이낙연 당대표 만들기’에 돌입했다고 한다. “친문 핵심들과 얘기가 다 끝났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 당선자측도 ‘대권캠프’와 ‘당권캠프’를 따로 마련해 만만의 준비를 하고 있다. 4월 16일부터 ‘당권캠프’가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이해찬 대표 퇴진’ 이후 당의 구심점이 없게 되고, 그 ‘공백’을 이 당선자가 메워야 한다고 것. ‘6개월 대표’를 통해서라도 당의 지지기반을 확고히 구축하는 게 대권도전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다.

그렇다면 이 당선자의 ‘계산’은 뭘까. 쉽게 속을 내보이지 않는 이 당선자는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이 당선자는 지난 14일 서울 종로에서 가진 마지막 유세에서 “민주당이 부족한 것이 많다. 때로는 오만하다. 때로는 국민의 아픔,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것 같은 언동도 한다. 제가 그 버릇을 잡아놓겠다”고 말했다. 16일에도 “막중한 책임을 온 몸으로 느낀다.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집권여당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당권도전 의지를 내비쳤다고 분석했다. 과연 그럴까. 일단은 ‘겸손 애드리브’로 봐야 한다.

당분간은 그 특유의 ‘신독(愼獨)행보’가 예상된다. 신독은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몸가짐을 바로 하고 언행을 삼간다’는 뜻이다. 그의 ‘신독행보’는 최근 그가 입버릇처럼 얘기한 “한없이 겸손해야 한다”는 말에서 잘 드러난다. 당선 직후에도 시종 차분한 태도를 유지했다. 표정 역시 웃음기가 없고 엄숙했다.

따라서 요란한 캠프, 활발한 언론플레이, 대규모 세 과시 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총선에서 보인 ‘뚜벅이 행보’를 지속할 것이다. 선거가 끝났으니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역할은 없어졌다. 대신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당권도전은 청와대측과 조율해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쉽게 결정하지 않을 것이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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