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등 기간산업 무너지면 회복 불능…정부, 선제적 대응 필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한파 위기감이 현실로 나타났다.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60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만5000명(-0.7%)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되던 2009년 5월(-24만 명) 이후 10년 10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일시 휴직은 160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무려 126만 명(363.4%)이나 늘었다. 코로나19로 생산과 서비스 활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발생한 특수 상황이긴 하지만 일시 휴직자의 숫자는 1983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동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산업별로 보면 대면 접촉이 많은 서비스 업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도·소매업(-16만8000명, -4.6%), 숙박 및 음식점업(-10만9000명 –4.9%), 교육서비스업(-10만명, -5.4%)이 줄었다. 반면 크게 위축된 서비스업종과 달리 운수 및 창고업은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택배 주문 등이 늘어나면서 취업자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희비가 엇갈렸다.

제조업도 전년 대비 2만3000명(-0.5%) 감소하며 3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2018년 4월부터 21개월 연속 하락하다 지난 1월 반등에 성공해 경기 회복의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하락세로 접어 들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제조업 취업자 감소가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감소세가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데 있다.

서비스업종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사람들의 이동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서비스업종의 회복은 상대적으로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기간에 고용이 감소하지만 반대로 고용의 증가세도 빨리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제조업은 고용이 감소하는 속도가 시간차를 두고 서서히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3월 동향에서 서비스업종에 비해 제조업의 감소폭이 낮게 나타났다고 결코 안심해서는 안 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현실을 감안하면 세계 경제가 대공황 수준의 경기 침체를 겪게 된다면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까지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현재의 고용 쇼크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 유럽은 물론이고 신흥국까지 확산 규모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2분기부터 경기 침제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가 발간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는 세계 경제 성장률을 –3%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1월 제시한 것보다 무려 6.3% 떨어진 수치다. 실제로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의 올 1분기 경제 성장률이 역대 가장 낮은 –6.8%를 기록했다. 세계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의 수출 동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 항공, 조선 등 기간산업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기간산업이 무너진다면 고용시장의 핵심인 제조 중소기업의 줄도산은 불 보듯 뻔하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3월 고용쇼크가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하다.

지금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전 국민에게 100만원씩 지급하는 것을 두고 협의하고 있다. 이와 같은 파격적인 안이 나온 이유는 현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을 위해서도 이에 준하는 정책 방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특히 ‘일자리 정부’를 추구한다면 고용의 화수분인 기업의 역할에 더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청와대 주제로 열리는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고용대책을 논의한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기업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원호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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