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가 석자인데도 아프리카카·아시아 지원 경쟁
中, 영향력 확대 위해 의료진·방역물자 지원 적극
코로나19 방재 합심해야 글로벌 위기 벗어날 수 있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여전한 가운데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리더십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양국 모두 코로나19로 인해 위기에 빠진 나라들에 도움의 손길을 뻗치며 세계의 리더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두 나라 모두 스스로도 코로나19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벌이고 있는 이 같은 경쟁은 추후 국제적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에서 이뤄지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경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는 점이다.

타국에 지원의 손길을 먼저 뻗은 나라는 중국이다. 가장 먼저 코로나19가 확산됐고, 그 바람에 가장 먼저 대유행에서 벗어나 한숨 돌린 중국은 지난달부터 아프리카와 유럽에 마스크를 지원하고 의료진을 파견하는 등 적극적인 원조에 나섰다.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알제리와 나이지리아에 의료진을 파견하고 의료용품을 지원한 데 이어 부르키나파소와 에티오피아에도 의료진과 의료장비를 지원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보건 전문가들과 화상 회의를 통해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설명하면서 아프리카 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민간 차원에서도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최대의 정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은 아프리카 54개국에 코로나19 진단 키트 110만개, 마스크 600만개, 의료용 방호복 6만벌 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에도 마스크를 지원하고 의료진을 파견하는 등 적극적인 원조에 나섰다.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는 중국 대표 IT기업 화웨이 역시 유럽 각국에 화웨이 로고가 찍힌 마스크 및 의료장비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화웨이의 행보는 5G 장비와 관련해 추후 유럽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지원 정책으로 볼 수도 있다. 중국은 이 과정에서 예전 같으면 미국이 했을 일을 대신하고 있다며 은근히 미국을 질책하고 있기도 하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트럼프 대통령이 감염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바람에 초기 대응에 실패한 미국은 이 같은 질책에 자존심이 상한 듯 뒤늦게 지원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국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수에서 1위를 기록한 상황에서도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등 각국의 의료장비와 소독, 통신 장비, 식수 제공에 5억달러(한화 6192억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고, 현재까지 2억7400 달러 규모의 지원을 했다. 미국이 뒤늦게 타국 지원에 나선 건 코로나19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견제 목소리를 지나치게 높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국 감싸기 논란을 불러온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끊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매년 4억∼5억달러의 자금을 WHO에 댄 반면 중국은 대략 4000만달러를 기여했지만 WHO는 아주 중국 중심적인 것 같다”고 WHO의 중국 편향성을 지적하면서 자금 지원 중단을 지시했다.

코로나19 대응에 취약한 국가들에 대한 지원 정책을 펼치겠다면서, 코로나19 대응의 실질적인 사령탑 역할을 하는 WHO에 대한 지원 동결은 전형적인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중국 역시 코로나19 발생 초기 무방비 상태에서 확산을 초래한 데 따른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 국가와 WHO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율배반적인 건 마찬가지다.

예상보다 심각하게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합심하기보다는 서로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며 유치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초강대국들의 태도가 코로나19로 발생한 위기보다 더 큰 글로벌 위기를 몰고 올까봐 씁쓸하기 그지없다.

곽영완 국제·역사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