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서 언급한 재탕, 삼탕 정책 안돼
침체된 경제 단기에 끌어 올릴 수 있어야

정부와 청와대는 22일 제5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약 90조원에 달하는 일자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용 및 기업 안정 대책을 발표하는 한편 포스트 코로나 국면을 이끌고 나갈 대규모 프로젝트로서 이른바 ‘한국형 뉴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회의 직전에 발표된 우리 경제 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60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0만 명 감소했으며, 일시 휴직은 160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무려 126만 명(363.4%)이나 늘었다. 일시 휴직자의 숫자는 1983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동월 기준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어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GDP 성장률도 전기 대비 마이너스 -1.4%를 기록했다. 2008년 4분기 -3.3%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미국, 유럽 및 중국이 –6%대로 떨어진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을 했다고 하지만, 2분기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수출이 타격을 받는 등 실물 경제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러한 때 정부가 대책회의를 개최해 위기 대응 방안을 발 빠르게 낸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정부 발표 내용을 종합해보면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기업과 국민에게 대규모 지원을 골자로 하는 ‘구제(救濟)’의 성격이다. 둘째는 코로나19 이후 변화할 환경에 맞춰 새로운 성장산업을 육성해 우리 경제를 재도약시키겠다는 ‘경기부양’의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먼저 ‘구제’를 위한 정책은 고용 유지와 소상공인과 기업 보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151조원에 달하는 금융·재정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고용과 성장률 지표 하락이 현실화되자 이날 회의를 통해 추가로 89조4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혀 총규모가 240조4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얼핏 대규모 재원이 투입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코로나19의 충격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재정 지원이 필요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빠르게 인식하고 ‘재정 건전성 추구’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하게 대규모 재원 투입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려는 정부 정책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한국형 뉴딜’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정부에서는 한국형 뉴딜의 목적을 ▲일자리 창출 ▲경제 회복 ▲포스트 코로나 선도라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코로나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후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살려 나가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안(案)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현재 기획되고 있는 한국형 뉴딜의 모습은 디지털 국가로 전환에 맞춰 ‘디지털 뉴딜’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 달라질 사회·경제·문화 측면을 고려해 비대면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형 뉴딜’을 추진하겠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성급하게 경기를 부양책을 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적 피해 상황을 완전하게 파악한 이후 맞춤형 경기 부양책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더욱이 한국형 뉴딜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 원격 의료 및 교육 등 비대면 서비스 산업은 기존의 ‘뉴딜 정책’의 성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뉴딜 정책은 대규모 재정을 SOC 산업 등에 투입해 단기간에 침체된 경기를 끌어 올리는 것이 목적이다. 반면 지금 정부에서 구상하고 있는 포스트 코로나 선도 산업군은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다고 단기간에 일자리가 창출되고 경기 회복을 견인하는 산업이 아니다. 오히려 혁신 성장 정책을 통해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육성해야 할 부문이다.

대통령이 한국형 뉴딜 추진을 강하게 주문한 만큼, 5월 중으로 기획단이 꾸려지고 여기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단에서 발표하는 대책이 기존의 혁신성장 정책에서 이미 언급되었던 것을 재탕, 삼탕하지 않고 침체된 우리 경제를 단기간에 끌어 올릴 수 있는 그야말로 새로운(New)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원호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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