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방 유도해야 할 북한 출신이 오히려 가짜뉴스로 국민 혼란 가중
다시는 거짓 정보 유통시켜 혼란 유발하지 못하도록 단호한 대처 필요

과거 냉전 시대, 공산권의 폐쇄성을 표현하는 용어 중 하나가 장막이었다. 소련의 폐쇄성을 의미하는 ‘철의 장막’이나 중국 공산당의 폐쇄성을 의미하는 ‘죽의 장막’이라는 표현이 대표적이었다.

‘철의 장막’은 윈스턴 처칠이 1946년 3월 초, 미국 미주리 주 풀턴에서 가진 ‘평화의 힘’이라는 제목의 유명한 연설에서 사용하면서 소련의 폐쇄성을 의미하는 용어로 굳어졌다. 사실 이 용어를 소련을 대상으로 처음 사용한 건 처칠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선전장관을 지낸 요제프 괴벨스였지만 처칠이 사용함으로써 그 의미가 더 명확해졌다. 

앞서 1945년 7월에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패배해 총리직에서 내려와 야인이 돼 있던 처칠은 미국 방문 중 행한 이 연설에서 “전 세계인들은 자유롭고 규제 없는 선거를 포함한 여러 자유와 편안한 휴식을 누려야 하지만 발트 해의 슈테틴에서부터 아드리아 해의 트리에스테까지, 유럽 대륙을 가로질러 ‘철의 장막’이 드리워져 있는 게 현실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련과의 이념 대결을 염두에 두고 소련의 폐쇄적이고 비밀주의적인 대외정책을 풍자했던 것이다.

이에 앞서 1946년 2월 말,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의 젊은 외교관 조지 케넌이 소련의 정책을 분석해서 보내달라는 미국 국무부의 요청을 받고 제출한 비밀 보고서 또한 소련의 폐쇄성과 자본주의 진영과의 이념 대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후에 ‘X논문’, 또는 ‘긴 전보(Long Telegram)'로 유명해진 이 보고서에서 케넌은 “스탈린의 움직임과 공산주의 이념을 살펴보건대 이들은 미국과는 영원한 협정을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을 지닌 정치 집단이다. 따라서 소련의 힘이 유지되는 한 미국의 내부 화합은 반드시 무너질 것이며, 전통적인 생활양식도 허물어질 것이며, 국제적인 위상도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주장하는 바는 소련이 전략적으로는 물론 이념적으로도 미국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었다.

소련 역시 이념 대결이 펼쳐질 것임을 감지했다. 소련 외무상 몰로토프는 1946년 9월, 소련 외교관 노비코프에게 미국의 정책에 관한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노비코프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외 정책은 제국주의적인 자본 독점을 통해 전후 세계를 장악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의 목표는 소련 이웃 국가들에 대한 소련의 영향력을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소련을 마음대로 통제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 이념 대결은 냉전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특히 자본주의 진영은 공산권에 대해 ‘철의 장막’ 외에도, ‘죽의 장막(냉전 시대 중국 공산당의 고립정책에 대한 풍자)’이라는 별칭을 붙이는 등 장막 건너편은 투명하지 않다는 프레임을 씌우며 공세에 나섰다. 공산권도 이에 대한 발발로 자본주의 진영에 대한 이념적 공세를 폈다.

냉전의 가장 큰 폐해는 상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을 핑계로 거짓 정보를 사실인 것 마냥 뿌려대며 서로를 흠집 냈다는 점이다. 이념 대결은 설전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전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전쟁이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이라고 일컬어진 한국전쟁이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세계적으로는 지난 1990년 독일 통일을 기점으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진영 간의 냉전적 사고가 사실상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의 일부 세력에게는 여전히 과거의 사고가 남아있다. 물론 최근 들어 대결 구도를 허물고 공동 번영을 추구하려는 긍정적인 움직임도 있지만, 북한이 과거 소련이나 중국보다 더하다고 할 만큼 여전히 폐쇄적이고 투명성이 부족한 것을 빌미로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세력이 있는 것이다.

냉전적 사고와 북한의 폐쇄성을 악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꾀하려 했던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일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련해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제기한 '중병설'과 '사망설'이다. 이들은 북한에 관한 정보가 장막 뒤에 감춰져 있기 때문에 쉽게 진위를 가릴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거짓 정보를 유통시켜 혼란을 유발했다. 그 음험한 거짓 정보의 유포자가 북한의 개방을 유도해야 할 북한 출신이라는 점은 아이러니였다.

그동안의 대결 구도를 허물자는 시점에서 여전히 냉전적 시각으로 거짓 정보를 유통시키는 것은 과거의 극렬한 대결 구도로 돌아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민족과 국가의 앞날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거짓 정보를 유통시켜 혼란을 유발하지 못하도록 단호한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곽영완 국제·역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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